<창춘기행-상> '눈의 천국' 지린성을 가다

(아주경제 최미화 기자) 2012년 1월1일, 중국 창춘시 여유국과 중국 남방항공의 초청을 받아 창춘(長春) 빙설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한국 여행사와 언론매체 관계자들과 인천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에 걸친 여정 끝에 ‘북국춘성(北國春城)‘이라 불리는 지린(吉林)성 성도 창춘에 도착했다.

창춘 룽자(龍嘉)공항 밖으로 나오자 매서운 칼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드니 온몸이 움츠러든다. 당시 기온은 겨우 영하 13도였지만 ‘북국의 겨울’을 처음 느껴 본 우리는 앞으로 견뎌내야 할 엄청난 추위를 상상하며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우리는 곧바로 중국 창춘 시내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창춘시 정부가 주최하는 ‘2012년 중국 창춘시 빙설제 및 징웨탄(淨月潭) 국제 바살로페트(Vasaloppet) 대회’ 오픈 기념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자동차 도시’ ‘영화 도시’ ‘조각 도시’ ‘과학기술문화 도시’로 중국에서 유명한 창춘이 이제는 백두산 관광을 핵심으로 하는 겨울철 관광 여행지로 새롭게 각광받으면서 매년 국내외 관광객을 사로잡고 있다.

▲스키인의 축제 - 징웨탄

23m 높이의 거대한 눈조각상‘징웨(淨月) 여신’


2일 새벽부터 서둘러 우리는 창춘시내에서 18km 가량 떨어져 있는 징웨탄 국가삼림공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2012년 중국 창춘시 빙설제 및 징웨탄(淨月潭) 국제 바살로페트(Vasaloppet) 대회’ 개막식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징웨탄은 ‘도심 속의 오아시스’라고 불릴 정도로 창춘 시내에서 공기맑고 깨끗한 삼림 숲으로 유명하다. 삼림 총 면적만 무려 100㎢가 넘는다.

봄에는 전국 곳곳에서 꽃구경을 하기 위한 상춘객으로 붐비고, 여름에는 피서객들이 푸르른 녹음에 젖고,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의 정취에 취하기 위한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 바로 이곳 징웨탄이다.

징웨탄에 도착해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눈의 천국이다. 거대한 설원(雪園) 그 자체다.

얼어붙은 대지 위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이곳이야 말로 북국의 풍광이로구나.(北國風光 千里冰封萬里雪飄)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의 명시 ‘심원춘(沁園春)·설(雪)’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개막식이 열리는 행사장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스키 애호가, 관광객, 취재진과 행사 자원봉사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개막식 행사대 뒷편으로 높이 23m의 거대한 ‘징웨(淨月) 여신’이 우뚝 서 있고 행사장 곳곳에는 흰 눈으로 빚은 각종 동물들의 아기자기한 조각상이 놓여 있어 관광객들은 기념사진 촬영에 정신이 없다.

올해는 ‘국제 바살로페트 대회’ 개최 10주년이 되는 해다. 30여개 국가에서 1000여명의 스키 애호가들과 선수들이 이날 열린 대회에 참가했다.

일반 여행객들도 크로스컨트리 스키, 알파인 스키 같은 전문 스포츠 종목 외에도 빙판 위에서 골프, 볼링, 요트, 자전거, 축구 등과 같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모든 설비가 구비돼 있다.

창춘시 추이제(崔杰)시장은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창춘시 징웨탄 국제 스키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린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 간 스키 행사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오면서 창춘시 바살로페트 대회의 명성이 높아졌다”며 “국내외 프로 스키 선수들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이곳에서 빙설제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창춘시 겨울 레포츠 산업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순백색 세상 - 우쑹다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쑹화장 강물이 흘러가며 피워내는 안개로 형성된 지린(吉林)시 하나의 절경 '우쑹'


3일 우리는 지린성의 폭설과 혹한이 빚어낸 최고의 작품 ‘우쑹(霧淞·성에꽃)을 감상하기 위해 지린(吉林)시를 찾았다.

지린의 우쑹은 구이린(桂林)의 산수이(山水), 윈난(云南)의 스린(石林), 창장(長江) 싼샤(三峽)와 함께 중국 4대 기이한 자연경관으로 꼽힌다.

지린성의 쑹화장(松花江)은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영하 20~30도에도 얼지 않는 강물이 흘러가며 피워내는 안개로 인해 송화강변 나무 가지에는 여름철에도 눈꽃이 피어있는 것 같아 이곳 현지 사람들은 우쑹을 ‘수과(樹挂·나무에 걸려있다는 뜻)’라고도 부른다.

지린시내에서 35km 떨어진 곳에 우쑹다오(霧淞島)가 있다. 우쑹다오에는 사계절 내내 우쑹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관광객들이 우쑹을 보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우쑹다오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한다. 쑹화장변 부두에는 배를 타기 위한 관광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강 건너 편에서 바라보는 우쑹다오는 순백의 눈밭이다. 나뭇가지마다 순백 눈꽃이 피어있으니 섬 전체가 마치 순백색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우쑹다오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우리는 배를 타고 쑹화장을 건너 드디어 우쑹다오에 발을 내디뎠다. 순백의 눈밭의 나무 위에 핀 성에꽃이 관광객을 반겼다.

섬 곳곳을 둘러보며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데 한 켠에 만주족 특색의 사합원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관광객을 위해 마련한 숙소다. 특히 이른 아침 우쑹다오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일출을 감상하기 위한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단다.

순백의 우쑹, 물안개가 피어나는 푸른빛 강물, 그리고 붉은 태양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천혜의 장관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우리는 우쑹다오에 작별의 인사를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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