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 “제 안의 틀을 조금씩 깨고 있어요”

브라운관 속 배우 한혜진은 강인한 한 나라의 국모(‘주몽’의 소서노)였고 씩씩한 억척아줌마(‘굳세어라 금순아’의 나금순)였으며 명랑한 신여성(‘제중원’의 유석란)이었다.

현명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가 대중에게 익숙한 한혜진의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 카메라 앞에서 아이돌 그룹의 춤을 추고 유명 정치인에게 거침없이 별명을 붙여준다.

SBS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한혜진의 색다른 모습을 대중에서 보여줬다.
한혜진은 최근 연합뉴스 보도채널 뉴스Y의 대담 프로그램 ‘Y 초대석’에 출연해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 줄 정말 몰랐다”며 ‘힐링캠프’ MC로 보낸 지난 7개월을 돌아봤다.

“처음 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그렇지만 의외성 때문에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였는데 의외로 우리랑 똑같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며 더 재미있게 봐주시는 듯해요.”‘힐링캠프’ 출연은 시기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촬영하려던 영화 제작에 차질이 생기면서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생겼고 때마침 제작진의 섭외가 온 것.

“평소 예능을 좋아했는데 취지도 정말 좋았고 이경규, 김제동 선배랑 해서 부담감도 없었어요. ‘놀면 뭐해, 머라도 해야지’ 생각했죠.(웃음)”그렇게 작년 7월 첫 예능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시작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선뜻 발을 담갔는데 큰일 났다 싶었어요. 타이밍을 모르겠더라고요. 게스트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내 질문은 언제 하나 그 생각만 하다 보니 점점 말할 기회가 적어지고 집중이 안 됐어요. 제가 제 모습을 봐도 어색했어요.”잠이 안 올 정도로 호된 적응기를 보낸 그는 엄지원, 유준상 등 배우 게스트들과 만나면서 MC로서 제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동료 배우들이다 보니 스스로 편해진 게 한몫했다.

“여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두 선배(이경규, 김제동)보다 덜 살았기 때문에 내 나이 또래에게 맞는 질문을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예능 초보이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면 되겠구나 싶었죠.”예능 MC로서 한혜진의 활약이 빛났던 순간은 박근혜, 문재인 편이었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인 만큼 스태프 전체가 긴장했지만 한혜진은 능청스럽게 ‘야근해’ ‘문제일’과 같은 별명을 붙이며 웃음을 선사했다.

“제가 남들보다 모르다 보니까 오히려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분명히 저처럼 정치에 관심 두고 싶지 않고 정치인들을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질문한다고 생각했어요. 객관적으로 이 사람을 보고 내가 판단해봐야겠다라고 해서 그 어느 때보다 집중했어요.”한혜진은 기억에 남는 게스트로 이미숙과 최민식을 꼽으며 “내가 배우여서 배우들이 나오시면 제자 입장에서 듣게 되더라. 이미숙 선배에게 많이 배웠고 최민식 선배는 여운이 많이 남았다”고 밝혔다.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는 강호동을 꼽았다.

그는 “연예계 복귀를 우리 프로그램에서 했으면 좋겠다”며 “아무래도 이경규 선배와 친하고 이경규 선배가 굉장히 많이 아낀다”고 설명했다.
한혜진이 보는 MC 이경규와 김제동은 어떨까.

“타고난 것도 있지만 굉장히 노력을 하세요. 이경규 선배는 일부러 게스트랑 쉬는 시간에도 말을 섞지 않으세요. 궁금증이 사라질까 봐. 대본도 일부러 안보고 녹화 시간에 집중하세요. 김제동 선배는 반대로 게스트랑 얘기를 많이 하세요. 게스트가 좀 더 편안해져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도록요.”‘힐링캠프’의 게스트는 유독 눈물을 자주 보인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힐링캠프’만의 분위기가 한몫을 한다.
한혜진에게도 치유의 효과가 있었을까.

“아무래도 넓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선물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제 생각이 조금 깨는 느낌이 들고 배우로서 더 자유로울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 제가 깨지 못하는 틀이 있어서 속상할 때가 잦은데 그런 걸 깰 기회의 장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그는 연기자로서 그동안 너무 좋은 역할만 맡았다며 “감독들께서 저의 다른 면모를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악역을 하고 싶고 잘할 자신이 있어요. 저도 화를 낼 줄 알고 제 안에도 끓어오르는 게 있는데 그런 걸 한 번쯤 표출해보고 싶은 기회의 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힐링캠프’를 통해 저의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사이코패스도 좋아요. 앞으로 다양한 역할들을 해보고 싶어요.”자신의 말처럼 한혜진은 최근 음반 피처링과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방영을 앞둔 JTBC의 의학드라마 ‘신드롬’에서는 열혈 여의사로 분한다.
“저의 뜨거운 면모를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존 이미지에서 너무 크게 변하면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어서 서서히 변화를 보여드릴 기회라 생각해요. 전문직 여성으로서 남자들 틈에서 열정을 갖고 의술을 펼치는 모습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하고 싶은 일이 많아 언제 결혼할지 모르겠다는 그는 “올해는 꼭 영화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배우로서 바람을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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