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매각 향방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 ‘혹’ 뗀 유진기업, “어떤 시나리오에도 ‘실(失)’ 없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하이마트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에게 ‘실(失)’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된 관측이다.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매각 지분의 31.34%를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트 최대주주다.
2011년 3분기 기준으로 유진기업의 총자산 1조5222억원 중 하이마트 지분이 차지하는 금액은 4376억원이다. 또 같은 기간 하이마트 등 관계기업·종속기업을 포함하기 전 유진기업의 순이익은 370억원 적자지만, 포함한 후 순이익은 200억원의 흑자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의 장본인인 선 회장이라는 ‘혹’을 떼어낸 상황에서, 유진이 굳이 아까운 회사를 왜 팔려고 하겠냐”며 “선 회장의 횡령 규모가 자기자본의 2.5%를 넘어 상장폐지가 결정되더라도, 유진기업 입장에선 돈 잘 버는 비상장사를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진 입장에선 나쁠 것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 보유 지분 전량 매각에 대한 의지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최근의 검찰 조사와 관련해 당초 계획했던 하이마트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포함한 매각일정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매각대금↓·경영권 문제 해소 …인수후보자에겐 '전화위복'
하이마트 인수 희망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선종구 회장의 비리 이슈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선 회장의 횡령 혐의로 하이마트 가치가 하락, 매각대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롯데·신세계·홈플러스는 지난 2일 하이마트 매각 주간사 씨티글로벌증권에 비밀유지약정서를 접수하고 하이마트 인수전에 공식 참여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하이마트 인수자금을 3조원 안팎으로 예상해 왔다. 이번 하이마트 매각 대상 지분은 전체 지분 가운데 62.5%인 1475만4652주로, 전주 24일 종가(7만5600원) 기준 1조1000억원이 넘는 액수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매각 금액 규모가 최대 3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선 회장 비리 사건으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수대금이 디스카운트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 말하기 민감한 부분이지만 분명 경영진 횡령 혐의는 매각 대금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또 선 회장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면 현 임원진의 경영권 보장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돼 인수 희망기업들에게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형 대기업에게 있어서 인수 금액보다 오히려 더 부담스러운 것이 기존 경영진의 거취 문제”라며 “선 회장의 횡령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인수기업들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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