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공적개발원조, 과연 버리는 돈인가?

주라오스 대사 이건태

요즘 삶이 팍팍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대학 등록금도 비싸고, 전세금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물가가 너무 올라 시장가기가 무섭다는 주부들의 한숨소리도 깊어간다고 한다. 우리 국내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마당에 바다 건너 남의 나라를 도와주는 일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는 것이 제정신인 것일까? 더구나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GNI)의 0.25%로 개발원조(ODA)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답은 “그렇다”일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도 돈이 남아돌아 밖에다 쓰는 경우는 없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 복지국가들도 국내 실업대책이다 경기부양이다 해서 돈 쓸 데가 천지인데도 불구하고 공적 개발지원을 중단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일본마저도 원조 축소 가능성에 불안해하는 저개발 국가들을 대상으로 현 수준의 원조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 않은가?

이는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그 나라가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은 기여를 하지 않으면 상응한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한 지 15년이 지났고, 최근에는 G20 그룹에도 합류했다. 게다가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사례다. 광복 후 20세기 말까지 국제사회로부터 총 127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받은 나라가 2000년 순 공여국으로 전환된 것이다. 많은 개도국들이 한국의 경우를 목격하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얻게 되었고 실제로 경제개발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나만 살겠다고 짠돌이 노릇을 고집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올챙이 시절 어려움을 잊은 개구리의 모습으로 비칠 뿐일 것이다.

필자는 최빈국 라오스에서 세 번째 봄을 맞고 있다.

우리 정부는 라오스에서 도로, 관개시설, 병원 등의 인프라 지원뿐 아니라 이러한 하드웨어를 관리하고 육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지원해 나가고 있다. 특히 우리의 독특한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라오스에 적합한 개발 모델을 마련해 주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지원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연중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현지 산간마을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벌이거나, 조립식 학교나 화장실을 무료로 지어주시는 분, 미용기술을 가르쳐 주시는 분까지 있다.

지난 60, 70년대 미국의 평화봉사단이 우리나라에 와서 의료, 교육 봉사활동을 했듯이 2000년대 한국의 ‘World Friends Korea’가 라오스에 와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한 개발협력은 동남아의 한류 열풍과 함께 따듯한 이웃이라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2020년 최빈국 지위 탈피를 국가 최우선 목표로 두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매년 6~8%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어 이런 속도라면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10년 내 라오스는 인구 800만, 국민소득 4000달러의 어엿한 중진국으로 변해 우리 기업들의 상당한 수출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좋은 국가 이미지는 그 국가의 상품에 대한 이미지도 좋게 만든다. 우리가 북유럽의 상품을 볼 때 느끼는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적인 이미지는 북유럽 국가들이 개발원조에 들이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크다. 실제로 ODA 공여국 1, 2위는 늘 북유럽 국가이다.

한국의 이미지, 나아가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도 수원국에서의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을 통해 형성되고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의 개발원조는 과거 도움에 대한 부채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한 것이다. 한마디로 그냥 버리는 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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