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 여성 정치인들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정치권력의 변화를 꾀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공천과정에서의 잡음과 여론조사 조작 등 온갖 잡음에 시달리며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편 실망감만 더하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은 친박 중심의 공천 결과에 따른 새누리당의 사당화 논란과 청와대의 공천 개입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번 지역구 공천서 친이계 인사를 중심으로 현역 의원 25%를 탈락시킨 반면, 친박계 인사를 대거 중용하며 사실상 이번 공천은 대선 도약을 위한 ‘사천(私薦)’이었다는 비판이다.
박 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도 과학계·여성인사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원외 친위세력을 대거 기용하며 공당 대표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천발표도 나기 전에 특정 후보에게 축하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청와대가 비례대표 명단을 직접 공천위로 넘겼다는 폭로가 제기되는 등 청와대와 여당의 부적절한 거래관계 의혹이 제기되며 청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공천에서 탈락한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을 중심으로 권영세 사무총장을 비롯한 공천위원들이 칼날을 휘둘렀다"며 "하향식 공천 일변도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상황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대표는 △친노 중용 △인위적 물갈이 △계파간 나눠먹기 등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한 대표가 당초 당대표 취임과 함께 ‘친 DJ’를 선언하는가 하면, 여론의 친노 계파 구분을 ‘분열적 레토릭’이라고 비판하는 등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론 호남·동교동계를 죽이는 한편 친노인사들을 중용하며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실제로 민주통합당 공천을 살펴보면 수도권과 부산 등 격전지역에선 17대 국회에서 원내활동을 벌인 친노계 인사들이 대거 생환했으며, 호남 지역 실세들을 대거 공천에서 배제하며 분란의 씨앗을 남겼다. 영남에서도 야권연대를 이유로 자당 후보보다는 통합진보당 후보를 우선하며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같은 원칙 없는 공천에 지난 21일에는 박영선 최고위원이 불만을 품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할 정도로 당 지도부 간 갈등도 첨예하다. 한 대표의 원칙 없는, 특정 세력 지향적 공천이 당내 분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한 당직자는 “한 대표는 친노세력의 부활을 꾀해 대선 정국에서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며 “총선보단 대선 공천을 했다. 결국 여타 계파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활발한 의정활동과 청렴한 이미지가 높았던 통합민주당 이정희 대표의 경우는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할 정도의 강도 높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 지역구에 나서는 이 대표가 야권연대 경선 설문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당장 상대 후보인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어 잘잘못을 따지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야권 전체의 이미지 쇄락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히 이 대표가 민주통합·진보신당 등의 강력한 사퇴압력에도 용퇴 없이 ‘내 갈길 간다’란 일방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유권자들의 표심 이반을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통합당 한 당원은 "지역주민에 대한 투표참여 독려는 어느 당, 어느 의원을 떠나 있을 수 있고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연령을 바꿔 투표하는 것은 여론조작이다. 보좌관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은 당무에 무한책임을 져야 할 당대표로서 할 짓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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