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 여왕’ 유선영,“이젠 ‘메이저 퀸’으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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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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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장 첫 홀 3m 버디로 쐐기…한국선수론 8년만에 ‘챔피언 연못’ 뛰어들어

한일여자골프대항전 때 바람을 체크하는 유선영.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여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 18번홀 그린은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다. 1988년 에이미 알코트가 우승한 후 기쁨에 겨워 이 연못에 뛰어든 이래 그 세리머니는 매년 챔피언들의 ‘루틴’이 됐다.

올해 이 ‘포피 폰드’(Poppie's Pond)의 주인공은 유선영(26·정관장)이었다. 메이저대회 중에서 한국선수들과 인연이 멀었던 이 대회에서 한국인 챔피언이 나온 것은 2004년 박지은 이후 8년만이다. 그것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를 1타차로 물리린, 짜릿한 역전우승이다.

유선영은 지난해에야 모자에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 로고를 달 정도로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11세 때 골프에 입문한 그는 4년 후인 2001년 한국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2002년과 2004년엔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2004년말 프로로 전향했다. 2005년에는 미LPGA 2부(퓨처스)투어에 진출, 시즌 상금랭킹 5위로 그 이듬해 미LPGA투어 멤버가 됐다.

첫 우승 기회는 2009년 아칸소챔피언십에서 찾아왔다. 유선영은 신지애, 안젤라 스탠포드와 공동선두로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우승은 신지애 몫이었다. 변변한 스폰서도 없이 절치부심하던 유선영은 2010년 5월23일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마침내 첫 승을 올린다. 아칸소챔피언십에서 경쟁했던 스탠포드와 신지애, 청야니 등을 따돌리고 ‘매치플레이의 여왕’이 된 것.

생애 첫 메이저타이틀은 안은 것도 1대1 맞대결에 강한 그의 승부근성에서 비롯됐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그는 3m거리의 버디 기회가 오자 기다렸다는듯 성공하며 김인경(24·하나금융그룹)의 추격을 뿌리쳤다. 그는 캐디와 포옹하며 기쁨을 만끽했고, 다잡았던 우승을 놓친 김인경은 굳은 표정으로 볼을 집어들었다.

‘주부 골퍼’ 줄리 잉스터(미국)를 좋아한다는 유선영은 드라이버샷(평균 255야드)을 멀리 치지 못하지만 정확도는 뛰어나다. 이번 대회 최종일 드라이버샷 14개 중 12개를 페어웨이에 떨궜다. 이날 26개, 이 대회 평균 29개의 라운드당 퍼트수에서 보듯 퍼트 솜씨도 나무랄데 없다. 특히 지난주 KIA클래식에서 청야니에 우승을 내주고 2위를 한 아쉬움을 메이저 우승으로써 말끔히 씻었다.

유선영이 최종 주인공이었으나 이날 중반까지는 서희경(26·하이트맥주)과 김인경의 우승 가능성이 더 높았다. 선두와 3타차 공동 4위로 시작한 서희경은 12번홀까지 5개의 버디를 낚고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2위권과 3타차까지 벌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그랬듯이 막판으로 갈수록 흔들렸다. 서희경은 15번홀(파4)에서 러프와 벙커를 전전한 끝에 보기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18번홀까지 ‘4연속 보기’를 쏟아내고 말았다.

막바지엔 김인경이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8번홀(파3)에 이어 후반들어 14번(파3)과 16번(파4), 17번(파3)홀에서 뛰어난 아이언샷과 퍼트감으로 버디를 잡고 단독 선두(10언더파)로 나서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72번째 홀이 그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30㎝ 거리의 파퍼트를 넣으면 우승할 수 있었지만 볼은 홀 가장자리를 빙 돌아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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