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SBS 모래시계의 메인 테마가 승합차에서 들려왔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동영상을 통해 장안동 4거리에 울렸다. 새벽 6시부터 게릴라식 민생유세를 다녀온 홍 후보는 붉은 점퍼 차림으로 10평 남짓 선거사무소에 들렀다. 홍 후보는 “지난 11년간 추진해왔던 동대문구 랜드마크 구상을 이제 5선 국회의원이 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공천이 늦은 만큼 1시간이라도 더 뛰어야 하지 않느냐”는 게 그의 얘기다.
오전 9시30분 전농로타리에서 집중유세를 마친 민 후보는 4년을 오늘처럼 살아 왔다고 말한다.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다음날 부터 매일 10시간 이상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지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민 후보는 “이 지역은 더 이상 중앙정치인을 원하지 않는다”며 “전농이나 답십리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생활수준이 나아지지 않아다. 말로만 서민이 아니라 이들의 삶의 질은 높여야 진정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밀착·서민밀착 인사인 자신이 의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농·답십리·장안동을 끼고 있는 동대문을은 민간인 불법사찰 등 대형이슈가 별로 먹히지 않는 곳이다. 지역개발과 교육여건 개선이 이 곳의 핫이슈다.
홍 후보와 민 후보는 모두 동대문구 지하경전철(면목선)을 2013년 착공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서울시립대에서 전농로타리를 거쳐 장평 3거리로 빠지는 인프라 교통망을 구축해 역세권 등 지역개발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민 후보는 “홍 후보는 경전철을 장안4거리를 관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거짓말이었다”며 “우리는 솔직하게 내년 완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홍 후보는 “민 후보가 하지 못하는 일은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을 민 후보는 못한다”며 일관된 추진력을 주장했다.
동대문구에는 인문계 고교가 1곳에 불과하다. 민 후보는 인문계 고교 신설을 통해 이 지역 교육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공약했다. 홍 후보는 전농 재개발 7구역에 현대·기아차 그룹의 자본으로 현대과학고교 유치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 후보는 이와 관련, “이 학교 부지는 서울시 소유로 서울시는 과학고를 유치할 계획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홍 후보는 “이미 2009년 학교부지 매매계약이 체결된 상황인데 곽노현 교육감이 특목고 설립에 부정적이어서 과학고 유치가 안된 상태”라고 맞섰다.
현대·기아차 그룹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본사가 서울시 부시장과 과학고 설립에 대해 면담한 것 등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이 문제가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민심은 지역일꾼론과 인물론으로 확연히 구분됐다. 장안 4거리에서 의류업을 하는 박모(59세·남)씨는 “정치인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누구든 똑같아서 투표조차 안할 것”이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답십리 4거리에서 13년째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배모(50세·여)씨는 “서민을 잘 살게해준다는 데 구체적인 방법이나 공약이 없다”며 “그렇지만 지역을 챙기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장안동에 살며 택시운전을 하는 황모(63세·남)씨는 “지역발전도 중요하지만 중앙정치가 안정돼야 서민이 다 잘 사는 것”이라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물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