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전문가들도 트리플약세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만, 국내 자금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리스크에 따른 것이라 그리 오래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쏟아냈다.
◆국고채 선물시장에서 포지션 정리 수순에 접어든 외국인
외국인이 지난 16일 한 달 반 만에 국채선물 순매도에 나선 것은 향후 채권시장에서도 매도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7일과 18일 양일에도 순매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포지션 정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던 지난 한 달가량에 외국인은 초반에 많이 사서 그 물량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지난 16일부터는 초반에 많이 산 다음에 장중에 많이 팔아 제로 혹은 순매도까지 갔다가 소폭 매수로 마감하는 매매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사실상 포지션을 정리하고자 하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이학승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포지션이 연초 수준으로 되돌려진 점은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6월 10조원에 달하는 채권만기 도래와 높아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의 불안이 추가적인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더해졌다.
이 연구원은 “하루의 순매도 전환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유럽 은행의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와 외국인의 국고채 만기자금이 6월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발 수급충격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수치가 높을수록 국가부도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는다는 것도 부담이다.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은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150bp에 거래됐다. 전날 뉴욕 금융시장에서 거래된 외평채 CDS 프리미엄 143bp보다 7bp 오른 것으로 지난 1월 31일 150b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물의 CDS 프리미엄은 5월 들어 보름 만에 30bp 급등했다.
위기 때인 2011년 10월(229bp)보다 아직은 한참 낮지만 그간 안정세를 보였던 수치가 상승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트리플약세 악순환 ‘경계’
일부에서는 외국인의 주식매도와 이에 따른 코스피 하락으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주목했다. 외국인이 현물과 프로그램매매를 통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원이 넘는 자금을 빼내고 있는데, 이는 결국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빼낸 자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른 환율은 외국인의 원화채권 매수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자금이탈은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다시 채권시장 자금이탈을 확산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트리플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에게 경계수위를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달 이후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대거 ‘팔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시장에서도 급속히 빠져나간다면 원화 가치는 더욱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고, 이는 자칫 ‘심리적 공황 상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6일 이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자금이탈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논하기는 어려우나, 국내 역시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 현상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트리플약세 오래 가진 않는다”
다만 이 같은 트리플 약세가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국내 자금시장은 견고한 상황에서 글로벌리스크로 인해서 트리플약세가 벌어지는 것이라 주범인 글로벌리스크만 잠잠해지더라도 트리플약세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학승 연구원은 “실제 트리플약세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글로벌리스크에 따라 위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정작 국내 자금 사정은 좋은 편이다”라며 “글로벌리스크가 해소되면 트리플약세는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문제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일부에서는 증시와 반비례 방향성을 유지하는 국채선물의 변화가 외국인들의 증시 복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채권시장에서 일부 전문가는 “매수세를 지속하던 국채시장이 금리하락과 안전자산 선호에서 벗어나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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