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아파트 1층 필로티 설계..실수요자 만족도 "글쎄"

  • 사생활 보호 개방성 장점<br/>겨울엔 춥고 소음도 골치<br/>저층 인식돼 매매 어려워

서울 염창동 H아파트 내 필로티.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요즘 짓는 대부분의 아파트에는 '1층'이 없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공급할 때 1층을 기둥으로 들어올려 비운 ‘필로티(Pilotis)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1층(필로티 바로 위층) 주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단지 개방감을 위해 필로티를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이같은 필로티 설계가 생각만큼 입주자들에게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1층의 경우 다른 층에 비해 춥고, 팔 때도 저층으로 인식돼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아파트 필로티 바로 위층으로 이사한 A씨는 "어린 아이들이 아래층 눈치 안보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 좋다"면서도 "그러나 아래층이 비어 있다보니 겨울에 다른 층보다 확실히 춥고 난방비도 더 든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겨울 월 난방비가 다른 층보다 5만~10만원 많은 30만원이 나왔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포 한강신도시 한 아파트 필로티 2층에 거주하는 B씨도 "아래가 비어 있다보니 필로티 바로 위층은 열손실이 많은 편"이라며 "난방을 켜 놓은 동안은 괜찮지만 끄면 바로 식어버려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겨울 큰 곤욕을 치렀다"고 전했다.

게다가 필로티의 빈 공간을 통로로 이용하는 경우 소음이 심하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특히 여름에 문이라도 열어놓게 되면 바깥 소음이 그대로 들려와 시끄러워진다는 것. 이 때문에 최근 일부 단지에서는 필로티의 빈 공간을 커뮤니티 시설과 우편함 등으로 꾸미기도 한다.

필로티가 일상생활에만 불편을 끼치는 게 아니다. 필로티 설계로 높이가 높아졌는 데도 1층의 경우 여전히 저층으로 인식돼 매매가 쉽지 않은 것이다.

동대문구 신설동 C공인 관계자는 "필로티 바로 위층이라고 더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필로티 없는 1층과 마찬가지로 필로티 바로 위층도 저층으로 여겨진 탓에 매매 거래가 다른 층에 비해 더 안된다"고 전했다.

수원시 인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필로티로 보안과 채광을 보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른 일반층에 비해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 건설업체들은 여전히 필로티 도입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S건설 분양 관계자는 "아파트 고층에서 창밖을 바라볼 때 앞 동의 벽만 보이지만, 저층일 경우 단지 내 조경수 등이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워 전원 느낌이 들뿐만 아니라 일반 1층보다 햇볕도 더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H건설 관계자도 "필로티는 대부분의 단지에서 도입돼 이제 기본 설계가 돼 버렸다"며 "가뜩이나 일반분양도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저층의 경우 필로티는 기본이고, 강화유리나 조경에 신경쓰는 등 저층특화에 모두 나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판교 로뎀공인 임좌배 대표 역시 "보안이나 채광이 나쁘더라도 어쩔 수 없이 1층에 살아야 하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엔 당연히 필로티를 더 선호한다"며 "일반적으로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필로티는 단점 보다는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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