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데스크칼럼> 생각이 너무 다른 경제 민주화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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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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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국장 겸 정보미디어·과학부장

12월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경제 민주화가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제 민주화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재벌 개혁을 의미한다. 여기에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 소액주주의 권리 등 ‘갑과 을’의 관계로 이뤄지는 모든 영역을 경제 민주화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새누리당 강석훈 의원)

지금 경제 민주화를 보는 시각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새누리당에서 김종인파와 이한구파가 있다. 김종인파는 개혁을 강조하며 재벌의 불공정행위 시정에 초점을 맞추고, 이한구파는 과도한 재벌 때리기를 경계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재벌의 소유와 지배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자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세 개파 외에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도 크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는 명백한 불공정행위는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하지만 과도한 기업 규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경제 민주화는 네 개파로 나뉘어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의 가장 큰 쟁점은 재벌의 순환출자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 다르다. 기업에 가까운 이한구파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김종인파는 신규 출자를 금지시켜 순환출자를 줄이자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아예 3년을 정해놓고 그동안에 순환출자를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순환출자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여러 개의 고리 가운데 하나를 끊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수조원의 돈이 있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금산분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금산분리를 강화한다는 것이고 이한구파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재계도 물론 반대다. 재벌그룹이 금융과 산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경우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이 눈에 보이듯 뻔하기 때문에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다. 김종인파는 금산분리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고, 이한구파는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역시 서로 생각이 다르다. 민주당은 필요하다는 것이고 김종인파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한구파와 재계는 물론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해 10대 그룹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견이 많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 불공정행위 징벌적 배상제는 재계만 반대하고 김종인파, 이한구파, 민주당이 모두 찬성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이다. 일감 몰아주기 금지는 당사자 모두가 찬성하고 있다. 불공정행위는 비교적 쉽게 의견이 접근되고 있다. 민감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문제는 경제계만 반대하고 있다. 현행 4000만원에서 2015년까지 2000만원으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1% 부자증세를 추진하고 있고, 이에 대해 김종인파, 이한구파, 재계는 반대하고 있다.

이들 경제 민주화 조치는 대선에서 경제 분야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재벌을 손보려 할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도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김종인파는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한구파는 재벌을 때리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재벌의 지배구조인데 이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달라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지 걱정이다.

결국 경제 민주화에 대한 여야와 재계의 입장이 크게 다른 것은 서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어떤 정책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고, 많은 국민들에게 실질적 이득으로 돌아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의견이 너무 달라 제3자의 입장에서도 판단하기 힘이 들 지경이기 때문이다. 재벌을 개혁하는 것은 좋지만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재벌을 무조건 때리거나 죄악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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