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영호 총참모장 해임…권력암투 개연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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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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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지난 15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군부내 핵심 후견인이었던 리영호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참모장의 해임은 권력암투 끝에 사실상 숙청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 군부의 서열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16일 “(정치국)회의에서는 리영호를 신병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1942년생으로 올해 70세인 리영호 총참모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후계자 시절부터 군부를 장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에서 김 1위원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권력핵심 7명과 함께 영구차를 직접 호위해 주목을 받았다.

리 총참모장은 2010년 9월27일 차수에 올랐고 다음날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 1위원장과 함께 신설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라 북한 군부의 실세로 꼽혀왔다. 당대표자회에서는 당권력 중추인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도 올랐다.

그는 김 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등 공개행사에 계속 모습을 비춰 왔으며 지난 8일 김일성 주석의 18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도 김 1위원장의 바로 왼편에 섰다.

일각에서는 리 총참모장이 지병 등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면 김정은의 군사 부문 장악이 미진하다거나 북한 내 권력투쟁이 발생 했을 개연성 등 정치적 이유로 권력에서 밀려났을 수 있다고 관측한다.

북한은 그동안 고위직 인사를 해임할 때 구체적인 병명을 밝히지 않은 채 ‘신병관계’라는 모호한 표현을 종종 써왔기 때문에 북한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몸이 많이 아픈사람들은 직위에서 해임하기보다는 상당기간 지켜보거나 유예기간을 주는게 통상적"이라며 “대단히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일요일인 지난 15일 회의를 통해 다음날 리영호의 해임을 공개한 것에 대해 "대단히 전격적인 결정"이라며 "회의를 하려면 평일에 하지 일요일날 하겠나. 이 절차는 갑자기가 아니라 연초부터 준비해 왔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리영호가 김 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부위원장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등 당·군의 핵심 실세들과 권력갈등을 벌이다 밀려났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들이 많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발표 내용과 과거 북한군 핵심 인사 해임 사례를 고려할 때 리영호가 최룡해 군총정치국을 통한 당의 군부 장악에 저항하다가 해임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만약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면 ‘건강상의 이유’를 지적하지 ‘신병관계’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리영호 군 총참모장의 해임을 결정했다는 것은 해임 사유가 군대에 대한 당의 지도와 통제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다가 해임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영호의 실각은 김정은 정권이 군 지도부를 재편하는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군 경력이 없는 최룡해 당시 당 비서를 총정치국장에 앉히며 당의 군 장악에 힘쓰는 듯한 행보를 보였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최룡해가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입성 직전에 인민군 총참모장에 올라 군부 2인자 자리를 꿰차면서 리영호의 입지가 쇠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리영호가 김정일 위원장의 영구차를 호위한 8명 가운데 한 명이고, 북한 군복을 입은 사람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다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이번 해임을 단순히 권력 개편 과정의 하나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운구차를 호위한 8인 가운데 한 명인 리영호가 이날 현직에서 해임됨으로써 김정은 체제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 8인 중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에 이어 권력무대에서 사라지는 두번째 인물로 기록되게 됐다.

우 전 부장은 공석이던 보위부의 우두머리로 여겨져 왔지만 지난 3월 중순 이후 그의 이름은 북한매체에서 자취를 감춰 경질·숙청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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