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 등으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의 재원을 확보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한 세수효과가 1조6600억원이며,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해 일자리 창출, 내수활성화, 서민생활 안정을 지원하면서 성장동력 확충, 조세제도 선진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고 있다.
◇ 대기업 세금감면 축소..최소내야 하는 ‘최저한세율’ 14→15% 상향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의 조세 감면 축소다. 2010년 기준 법인세 세액 공제 총액은 5조5584억원인데 이 가운데 4조3937억원(79%)이 대기업에 귀속됐다. 이 때문에 비과세 감면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 5월 발표한 ‘재벌·대기업에 큰 혜택이 집중되는 현행 법인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0대 재벌의 평균 실효법인세율은 15.1%이다. 삼성이 11.7%, 현대차 17.4%, GS그룹 11.6%, LG 7.5% 등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행 과세표준(공제 이후 소득액)이 10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의 경우 14%인 최저한세율을 15%로 높이기로 했다.
최저한세율이란 각종 세제지원으로 기업이 납부할 세금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소득의 일정 비율을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법인세 최저한세율은 중소기업 7%, 과표 100억원 이하 10%, 과표 100억~1000억원 11%, 과표 1000억원 초과 14%로 설정돼 있다. 최저한세율을 높이면 법인의 실제 세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1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의 경우 2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지만 각종 세액공제 등으로 실제 내는 세금은 12%에 그칠 수 있다. 이 경우 지금까지는 최저한세율을 적용해 14%의 세율을 부과했지만 이를 15%로 올린다는 뜻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최저한세율에는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 고액 자산가 부담 증가...금융상품 과세 강화, 파생상품 과세 등
늘어나는 복지 재원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 고소득자와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4000만원에서 내년 3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고액 자산가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현행제도 하에서 8000만원의 금융소득이 있을 경우 4000만원까지는 기본원천징수세율(14%)이, 나머지 4000만원에 대해선 종합소득세율(최저세율 15% 기준)이 적용돼 총 106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기준금액이 3000만원으로 낮아질 경우 8000만원의 금융소득 가운데 3000만원까지는 지본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해 420만원의 세금이 나오고, 나머지 금액 5000만원에 대해서는 금액상승과 함께 적용세율도 높아져(15→24%) 종합소득세만 1200만원으로 늘어나고 이를 모두 합쳐 1620만원을 내야 한다. 종전보다 560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현재 3.5% 정도의 금리를 적용하면 금융소득이 4000만원이 되기 위해선 자산규모가 12억원가량 돼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12억원 미만의 자산가라면 종합과세에 대한 걱정은 안 하고 살았지만 기준이 낮춰지면 앞으로 8억~9억원가량의 자산가들도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3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할 경우 내년부터 과세 대상자가 4만5000명 가량 증가하고 세수는 연간 5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소득 3000만~4000만원 구간의 연간 소득은 약 1조원 이상(2010년 기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더 인하할지는 나중에 검토키로 했다.
이와 함께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은 코스닥시장이 아닌 코스피시장에 한해 지분 ‘3% 이상,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에서 ‘2% 이상, 7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파생상품에 거래세(선물 0.001%, 옵션 0.01%)를 부과키로 했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해 3년 유예키로 했다.
◇ 취약계층 및 벤처기업 세제지원 확대
정부는 서민, 자영업자, 은퇴자,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서민·중산층의 재산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비과세 재형저축과 장기펀드 소득공제도 신설된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비과세 재형저축을 17년 만에 부활했다. 비과세 재형저축은 소득공제와, 이자소득세 면제, 고금리 보장 등 다양한 혜택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재원부족을 이유로 1995년 폐지됐다.
정부는 서민금융상품 육성을 위해 재형저축을 부활하기로 했다. 가입 대상은 연봉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나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가 대상으로 납입한도는 연간 1200만원 내에서 만기 10년 이상 최장 15년간 비과세된다.
서민·중산층의 자산형성과 장기투자 지원 및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10년이상 장기펀드에 대한 소득공제도 신설된다. 가입대상은 재형저축과 같으며 연600만원 한도 내에서 10년간 연 납입액의 40%가 소득 공제된다.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노인 근로장려세제(EITC)도 내년부터 본격 도입된다. 노인 근로장려세제는 연소득 1300만원 이하인 만 60세 이상 노인에게 부양가족 유무에 상관없이 최대 7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독거노인들에게 직장을 구하도록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EITC 제도도 연령에 대한 제한은 없으나 부양 자녀나 배우자가 있어야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이번에 만 60세 이상 노인에 한해 이 같은 조건을 완화했다.
주택을 담보로 매월 연금처럼 쓸 수 있는 주택연금(역모기지론)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이 확대된다. 민간은행이 내놓은 역모기지 상품에 대한 대출이자비용도 주택금융공사와 동일하게 연 200만원 한도에서 연금소득공제가 적용된다.
주택연금가입자에게 등록 면허세가 면제되고 재산세 25% 감면혜택이 지속된다.
또 퇴직시 일시금 대신 연금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부담을 3~7%로 연금소득(3%)보다 높게 조정하고, 퇴직연금의 일시금 인출을 방지하기 위해 일시금 수령시 회사불입분을 퇴직소득으로 나머지(자기불입금·운용수익)는 기타소득(20%)으로 과세키로 했다.
지금은 연금소득 600만원까지만 분리과세를 인정해 소득의 5%만 원천징수한다. 600만원을 넘는 금액은 종합과세 대상이다. 반면 퇴직금에 대해서는 전액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연금 전환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 신용카드 세제 지원 축소
세원 투명성 등을 위해 적극 사용을 권장했던 신용카드의 경우 당초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데다 최근엔 무분별한 발급으로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소득공제를 20%에서 15%로 축소하는 대신 직불카드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했다.
직불카드 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공제율을 20%에서 15%로 낮추고 현금영수증은 직불형카드와 같이 20%에서 30%로 인상된다.
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율도 높이기로 했다.
엔젤투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제도를 말한다. 2000년 5000억원에 달했던 엔젤투자는 지난해 300억원까지 줄어드는 등 크게 위축된 상태다.
정부는 엔젤투자 소득공제율을 현행 20%에서 30%로 10%포인트 높이고 벤처기업 등의 창업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제도 적용기한도 2년간 연장해 벤처기업을 통한 내수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원양ㆍ외항선원의 해외근로소득 비과세 한도 ▲어업용 면세유 공급대상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도 확대하기로 했다.
◇ 비과세·감면 축소, 골프장 소비세 인하 등 마찰
정부는 이와 함께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내년 가입자부터 없애는 등 비과세·감면 조치에 대한 정비에도 나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일몰이 되는 비과세 감면제도 103개 중 24건을 폐지하고 26건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말 종료되는 비과세·감면 조치들을 대폭 정리하고 세수 확대를 하겠다던 정부 계획에는 다소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여당에선 연말 대선을 앞두고 악화되는 경기 상황에 따른 민심 확보를 위해 비과세나 세금 감면 조치들을 가능한 한 정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23일 정부가 발표한 내수 활성화 과제 중에서도 상당수가 세제 지원 방안이다.
대표적인 것이 역모기지 세제 지원 방안, 리츠 등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방안 등이다. 가계대출 문제 해결을 위해 직불카드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대신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를 축소하려는 정부 방침도 그대로 유지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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