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대기업 독점, 광고시장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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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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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안 대표 안근영
최근 몇 년 동안 대한민국 광고계에는 광고생태계가 재편되는 독특한 현상이 자리 잡았다. 대기업이 계열 광고회사를 세운 이른바 인하우스(In-house) 광고회사가 탄생됐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독식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범위가 점점 넓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인적자원에 의존해 창의적인 역량을 펼쳐야 할 광고 분야에까지 대기업 시스템 마인드가 장악하는 건 문제다.

삼성그룹의 제일기획을 비롯해 현대그룹의 이노션, LG그룹의 엘베스트, SK그룹의 SK마케팅앤컴퍼니,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등 많은 인하우스 광고회사들이 대기업의 후광을 얻고 국내 광고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2011년 53개 광고회사의 총 취급액은 12조 억원 규모다. 이 중 상위 10대 회사가 차지한 비중이 80%를 뛰어넘었다고 한다. 이도 전년 대비 2.5%포인트 증가한 수치라고 하니 인 하우스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대기업들이 계열사의 일환으로 광고회사 하나 차린 게 문제가 될 순 없지만 그 운용방법과 결과에서 우려 섞인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건 자명하다.

바로 일감몰아주기 관행이다.

최근 모 그룹이 SI(시스템 통합)에 대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공정위로부터 346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바 있다. 이런 부당내부거래로 인해 결국 시장의 질서와 공정경쟁구도가 혼란을 겪고 있다.

더 우수하고 실력 있는 회사들에게는 정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공공 공사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은 반드시 경쟁 입찰을 하도록 돼있으나 민간 기업은 사적 거래인만큼 제약이 전무하다.

2005년 설립된 광고회사 이노션이 그 다음해인 2006년 업계순위 3위로 껑충 뛰어오른 건 오로지 실력만으로 수직상승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숫자의 승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인하우스 광고회사는 그룹 자체 물량 독식은 물론, 모기업과의 관계를 빌미로 협력업체 광고까지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중소 광고회사들은 더 작아진 파이를 들고 더욱 치열하게 싸워야하는 형국이다. 공정한 경쟁구도를 외면한 채 식구 챙겨주기식 관행은 그야말로 광고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열정적인 창의력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아울러 광고의 전문성 저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광고회사는 광고주를 위해 광고물을 전문적으로 창조, 마케팅 전략 등에 기여하고 광고주의 모든 것을 남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내는 회사다.

그래서 어떤 광고회사는 ‘아이디어가 없으면 죽어라’를 외쳤고, 또 몇 개월 야근도 불사하지 않았으며, 현재도 많은 광고회사들이 최선의 크리에이티브를 제공키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창작의 열정을 쏟기 위해서다.

그러나 비전문가인 오너일가가 진두지휘한 회사는 광고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고쟁이로서의 생각과 소신은 없어지고 정치와 눈치만 생겨나기 때문이다. 창의력보다는 모기업의 입맛에 맞는 순종으로 변질된다.

이는 밤새 아이디어를 내기보다 돈의 힘으로 남의 아이디어를 줄 세워놓고 고르기 바쁜 크리에이터들인 것.

이렇다보니 새롭지 않은 뻔 한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포장돼 TV 등 매체로 공해처럼 쏟아진다. 생각의 힘보다는 물량의 힘이 이기는 광고시장이 된다는 설명이다.

일부 시너지 효과와 인하우스로 인한 광고 산업 전반에 걸쳐 생겨나는 바람직하지 않은 파장들 중 무엇이 더 중요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할 때다.

월드와이드를 표방하는 인하우스 광고회사들, 물량만 월드와이드가 아닌 그릇이 큰 생각으로 세계와 승부할 때 진짜 월드와이드가 되는 건 아닌지 짧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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