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월급쟁이들이야 추석 연휴 기간 하루라도 쉴 수 있으니 그나마 행복한 것 아닌가?"라며 "자영업자들이 명절에 쉬는 건 꿈도 못꿀 일"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자영업자 "명절 휴무는 사치"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직원들이 추석 연휴 기간 출근 여부를 놓고 반발하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남몰래 속병을 앓고 있다. 연휴 기간에 가족들과 만나기는커녕 매장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단 하루의 휴무도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에는 사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A씨는 "가게 임대료, 자녀 학비, 생활비를 벌려면 명절에도 쉴 수 없다"며 "명절에 가족들과 둘러앉아 맘 편히 이야기 나누며 술잔 기울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안양에서 화환배달업을 하는 B씨(62) 역시 추석 명절에도 항상 휴대폰을 곁에 두고 있어야 한다. 화환 배달 주문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B씨는 "그나마 추석 연휴 기간에는 평소보다 화환 배달 주문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그것마저도 아쉬운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딸도 결혼시켜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 1년 내내 일해도 노후는 '암담'
이처럼 자영업자들은 1년 내내 휴일 없이 일하지만 정작 이들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자식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느라 자신의 노후 준비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실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KB노후준비지수로 살펴본 한국인 노후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주가 자영업에 종사하는 경우, 노후 준비가 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가구 재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34.5점으로 평균치(53.3점)를 한참 밑돌았다.
A씨는 "생활비와 교육비를 지출하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며 "지금 대학생·초등학생 두 아들의 학업과 결혼까지 생각하면 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없다"고 푸념했다.
◆ 명동, 중국 국경절 특수 위해 명절 반납
서울 명동의 화장품매장 직원들도 이번 추석 휴무를 반납한 모습이다. 특히 이번 추석은 중국 국경절과 겹치며 중국인들이 대거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장품매장 매니저 C씨(34)는 "요즘 같은 불황에 중국 국경절 특수는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매장 직원들끼리 순번을 정해 휴무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명동의 경우 임대료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1년 내내 쉬는 날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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