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곡물값 급등에 연말 앞둔 축산농가 '한숨'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추수감사절 등 연말을 앞두고 한창 바쁠 미국의 돼지와 칠면조 목장에서는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사룟값 때문에 가축들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옥수수와 콩 등 곡물은 가축의 먹이부터 바이오연료의 재료까지 산업 전반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50여년 만에 닥친 미국의 가뭄으로 곡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가격은 급등했다. 공장 등도 휴업을 하면서 미국 곡식 재고량을 최저수준으로 밀어놓았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25일(현지시간) 거래된 12월물 옥수수 선물 가격은 t당 292 달러로 지난해 10월 평균보다 17.3%나 올랐다. 이날 밀은 t당 336 달러로 28.2%, 대두는 575 달러로 28.9% 올랐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2~2013년 전세계 옥수수 생산량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8억3900만t, 밀 생산량은 6.1% 감소한 6억5310만t에 그칠 전망이다. 그나마 미국에서 줄어든 수확량을 남미에서 보충했기 때문에 감소폭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옥수수 생산량은 13.4%, 콩은 7.5% 줄어들 것으로 미국 농무부는 전망하고 있다.

곡물 생산량은 급감했으나 수요는 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강하다. 실제로 전세계 콩 60% 이상을 수입하는 중국은 9월 선적이 최고치로 올랐다. 이달 중국의 콩 수입은 전년 대비 5.2% 증가해 61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남미에서 콩 생산이 증가하지만 중국의 수입 역시 증가하면서 가격도 상승세로 점쳐지고 있다.

곡물업체인 벙기의 드루 부르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시아 수요가 상당히 강하다"며 "아시아 소비 급증에도 통화 강세와 낮은 화물 운임으로 치솟은 가격을 하락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축산농가는 비상이 걸렸다. 옥수수 등 곡물로 이뤄진 사료가격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 새로 늘어난 돼지들은 580만 마리로 지난해보다 0.3% 감소했다. 세계 최대 육류전문업체인 스미스필드푸드는 가축 사료용 옥수수와 밀을 1억4500만 부셸, 콩 1t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9월 소의 사육량도 전년 대비 19% 하락했다. 새로 생겨나는 달걀의 수는 전년 대비 4% 감소한 1억7700만 구로 집계됐다.

축산농가들은 비싼 사룟값에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축 수도 크게 감소했다고 불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축산농가를 돕기 위해 돼지와 소들을 각각 1억 달러·5000억 달러 상당 사들였음에도 농가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샌더슨 농장의 마이크 코크렐 CFO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며 "내년 봄에 남미의 생산량이 급증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공급량의 부족으로 수요가 줄어든다고 해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미국의 농가들은 수확을 거의 마친 상태인 데다, 이들 농가의 수는 6년래 최저 수준이라 공급량의 한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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