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단일화 피로감, 결선투표제로 풀자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지난 23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18대 대선을 26일 앞두고서다. 그때까지 국민들은 야권 후보가 누가 나올지 알지 못했다. 경제민주화라는 틀에 갇혀 여야는 차별화된 정책대결도 펼치지 않았다. 미래 비전에 대한 토론도 없었다. 오로지 야권후보 단일화 블랙홀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아름다운 경선도 아니었다. 5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민주통합당에 안 전 후보의 '제3세력'은 결국 종용된 양보를 한 셈이 됐다. 때문에 안 전 후보의 지지층들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가지 않고 있다. 부동층이 늘어나면서 투표 포기층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 전 후보 측에선 "왜 한 번 문 후보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포기하느냐"고 토로했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26일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대권행보를 멈췄다. 연말 대선을 23일 앞두고서다. 그는 정권교체라는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럼에도 당 일각에서는 "왜 단일화 토론회 한 번 안 해보고 후보직을 버리느냐"고 울먹인다.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후보단일화는 2, 3위 후보가 1위 후보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이런 필승공식은 어떻게 대선을 이길 수 있느냐는 승부집착을 불러왔다. 구체적 국정운영 비전과 정책이 실종된 채 단일화 룰 싸움으로 전락했다. 5년 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결국 범여권 '단일화'에 실패한 것도 승부에 집착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프랑스식 결선투표를 도입할 때가 됐다. 1차 선거에서 과반득표를 한 후보가 없는 경우 득표수에서 상위 두 후보가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자는 것이다.

양대 정당 후보와 제3후보 등 군소후보 모두 자신의 경쟁력과 비전, 정책을 내놓고 경쟁할 토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결선투표제가 필요하다. 마음껏 경쟁을 펼친 가운데 1차 선거에서 안·심 후보가 3위를 했다면 그들의 문 후보 지지는 보다 '아름다운 승복'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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