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된 K-상장사] 주주권익 강화 vs 이익 먹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명암

  • 과거 소버린·헤르메스·엘리엇까지

  • 지분 취득해 韓기업 경영권 흔들어

  • 큰 이익 챙기며 '기업 사냥꾼' 인식

  • 주주친화정책 기반 마련은 긍정적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평가는 늘 극명하게 갈린다. 과거 경영권을 노리고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하는 등 '기업 사냥꾼'이라는 인식이 강한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등을 요구해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시킨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을 흔든 대표적인 사례는 소버린자산운용·SK그룹, 헤르메스매니지먼트·삼성물산, 엘리엇매니지먼트·삼성물산, 엘리엇매니지먼트·현대차 사태 등을 꼽을 수 있다.

2003년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 확보해 SK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이후 2년 3개월 동안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내세워 SK를 상대로 최태원 회장 퇴진 등 경영진 교체와 기업지배구조 개선, 계열사 청산 등을 요구하며 압박했다.

2004년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 5%를 사들여 보유 자산 대비 주가가 낮다며 지배구조를 흔들었다. 2015년에는 미국계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하고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것을 반대하며 법적 공방을 벌였고, 2016년에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또 2018년에는 현대차를 상대로는 지배구조 개편안 구체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간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업 사냥꾼이라는 인식은 기업을 흔든 뒤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떠나면서 팽배해졌다. 당시 소버린은 결국 경영권 탈취에 실패했으나 외국 투자기관에 SK 지분 전량을 매각해 8000억원 넘는 이익을 얻었다. 배당금, 환율 등에 따른 이익까지 감안하면 1조원 안팎을 챙겨갔다.

헤르메스는 경영권 분쟁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치우고 떠났다. 당시 헤르메스는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엘리엇은 현대차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봤다.

일각에서는 긍정적 부분도 존재한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주주 친화정책 기반을 마련하고, 소액주주 권익 보장을 제도화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합병된 삼성물산은 거버넌스위원회를 두고 주주와 소통하며 주주권익 개선 방안을 모색했고 삼성전자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특별배당 요구를 수용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정기주총에서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며 표 대결을 펼친 시티 오브 런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CLIM),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 과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음에도 장기 보유자로 남겠다며 삼성물산 가치가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이 표 대결에서 패한 뒤 지분을 처분하고 떠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홍콩계 행동주의 펀드인 오아시스가 기업거버넌스포럼에 처음으로 합류했고 테톤캐피털, 팰리서캐피털 등도 가입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주주행동주의 활동 지역은 미국이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으나 전체 캠페인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 추세"라며 "아시아 지역에서 주주행동주의 활동이 최근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인데 특히 일본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격히 늘었고 이와 함께 한국도 증가세"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