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난해 목표치인 700억 달러(74조6200억원)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유럽 재정 위기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 거둔 값진 성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올해에도 국내 건설·주택 경기 침체 속에 건설업체들의 해외 건설시장 진출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는 달리 세계 경제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걷힐 것으로 보여 2010년(716억달러)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수주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략 강도가 세지고 수주가 예정된 물량도 많아 올해 해외 수주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700억 달러 돌파를 넘어 750억 달러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49억 달러 수주… 목표 미달했지만 ‘선방’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업체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648억7400만 달러다. 당초 목표였던 700억 달러보다는 약 50억 달러 모자란다. 수주가 유력했던 주요 프로젝트가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계약이 미뤄졌기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와 업계의 설명이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2007년 397억8815만 달러, 2008년 476억3972만 달러, 2009년 491억4787만 달러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한 업체는 총 274개로 95개국에서 617건의 공사를 따냈다.
지역별로는 국내 업체들의 ‘텃밭’인 중동이 368억7200만 달러(56.9%)로 가장 많았다. 아시아가 194억3400만 달러(30%)로 뒤를 이었다. 공종별로는 플랜트 등 산업설비가 60.9%(395억4900만 달러)를 차지했다. 토목·건축분야는 지난해 23%에서 35.4%로 늘어 공종 다변화 양상을 나타냈다.
주요 수주 사업으로는 지난해 5월 한화건설이 이라크에서 따낸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로, 단일 수주 계약으로는 우리나라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 사업 계약액은 77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10월 31억8800만 달러 규모의 젯다 사우스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6월에만 카자흐스탄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발하쉬 석탄 화력발전소(25억1500만 달러)와 석유화학플랜트(24억7700만 달러) 공사를 각각 따냈다. 11월에는 현대건설이 쿠웨이트에서 20억5500만 달러 규모 해상가교 건설 계약을 맺었다.
◆정부 “올해 700억~750억 달러 수주”
정부와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건설 시장 성장세를 발판으로 올해에도 본격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부는 올해야말로 700억 달러 수주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낙찰자로 내정이 되고도 여러 가지 외부요인으로 계약을 맺지 못한 공사만 100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국내 건설업체가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중동 국가들에서 막대한 수주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 및 권도엽 국토부 장관의 중동 순방 이후 ‘제2중동 붐’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자스민 혁명’으로 불안정했던 중동 정세도 안정화되고 있어 올해 발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스민 혁명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중동 국가는 이라크와 리비아로 전후 복구사업에 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랑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 사무관은 “이라크의 경우 이미 정세가 안정돼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등 발주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리비아도 올 하반기가 되면 정치가 안정되면서 전후 복구에 열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설 태세다.
지난해 100억 달러 해외 수주를 달성한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110억 달러 수주를 잠정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GS건설도 올해에는 약 60억 달러를 목표로 설정해놓고 절치부심 중이다.
특히 국내 건설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면서 블루오션 개척 움직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 국내 업체 비중이 적은 국가에 대한 진출이 늘어나고 수(水)처리 및 친환경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사업 개발 움직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해외 건설시장은 토목과 건축의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해외 건설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사업 전략 다양화와 국가 차원의 지원 인프라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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