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해 현지에 부는 K-팝(POP)현주소를 둘러보기 위해 현지 최대의 언론사인 엘메르꾸리오(El Mercurio)측과의 점심식사를 위해 약속장소로 나갔다.
산티아고의 강렬한 태양만큼이나 부리부리한 눈매의 신사가 환한 미소와 함께 남미식 인사를 건네며 "안녕하세요?" 를 말한다.
산티아고에 위치한 야외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갖은 이날 인터뷰는 2시간 동안 이뤄졌다. 태양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인터뷰가 끝난 후 기자의 얼굴은 빨갛게 그을려 있었다.
칠레 언론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칠레 최대 보수성향의 신문사인 엘메르꾸리오(El Mercurio)의 세르지오 에스피노사(sergio v.espinosa) 취재본부장(편집장)은 "칠레에서의 '한류(韓流)'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류를 이끌고 있는 공공외교가 경제외교를 뒷받침하는 '한류-경제'외교의 순환적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르지오 본부장은 특히 "한국과 중남미와의 발전 관계를 더 넓혀야 한다"며 "그 적절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세르지오 본부장은 "중남미국에서 공공외교의 확산은 '한국 알리기' 국한되지 않고 칠레에 전혀 다른 또 하나의 문화권이 형성된 것"이라며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K-팝 열풍에 대해 "우선은 동양 문화권에 대한 환상으로 시작된 호기심과 K-팝의 세계적 감각이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며 "지리적으로 불리한 조건이 있어 (한국문화가 칠레에)도착하기는 힘들어도 이곳에 일단 상륙하면 파급 속도는 대단하다. 태권도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란 걸까.
그렇다면 칠레에 '한국'이란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에 대해 본부장은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있지만 한국은 동양 어딘가에 있는 나라쯤으로 인식해왔었다"며 "그 후 한국과 칠레간 교역량이 늘어나 '한국=자동차'라는 이미지에서 최근 '한국=과학·기술'의 이미지가 떠오르게 됐고 이제는 K-팝 등 문화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분명 칠레에 불고 있는 K-팝은 양국 경제 교역량의 증가가 선제된 상황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라며 "이는 곧 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이 K-팝의 영향만으로 평가되는 일부의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류로 완성되고 있는 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에 대해 세르지오 본부장은 "유행이란 것은 순환적인 것이기 때문에 칠레에서 지금과 같은 K-팝이 인기가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다만 K-팝의 영향이 없어져도 한국영화와 한식에 대한 인식, 한국 제품과 한국인을 포함한 한국의 국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내 당장 한류의 인기가 떨어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 전망한 세르지오 본부장은 양국간 가까워진 심리적 거리감과 반대로 실질적 거리감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교류가 많아졌고 그 교류를 이어주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데 그 속도는 더디고 미흡하다"며 "양국의 교류가 늘어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양국을 오갈 수 있는 직항로를 개설해 실질적 거리를 좁혀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관광사업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기자가 한국에서 12시간을 비행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 도착, 다시 14시간 동안 페루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서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1시간을 비행한 끝에 칠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기획사들이 칠레를 포함한 페루, 브라질 등 중남미국에서 공연을 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리상의 이유와 그에 따르는 출장 공연에 따른 수익구조 등의 문제로 해외 팬들과의 교류는 쉽사리 전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본부장에 따르면 칠레 역사상 칠레 대중문화에 지금과 같은 파격적 영향을 미친 나라는 일본과 한국 뿐이다. 그렇다면 칠레에게 지리적·문화적으로 '내겐 너무먼 당신'인 한국이 어떻게 이런 '내사랑 꼬레아(한국)'가 된 것일까.
그는 "칠레 문화에 대부분의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과 비교했을때 한국과 일본 문화는 미국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항목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세르지오 본부장은 "실제 칠레 영화나 텔레비전을 보면 대부분 미국식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스타일이 아닌 한국과 일본 영화와 노래, 춤은 칠레에서 다른 문화권이 섬렵하지 않은 다른 영역이었다"며 "지금은 J-팝 보다 K-팝에 관심있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정한 시점이 된 후 K-팝의 영향이 떨어지면 한국은 분명 자기 문화를 알리는 또 다른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한류의 영향은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며 스타 자신들 역시 공개된 무대에서의 공연 등으로 꾸준한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8일간 중남미에 체류하면서 만나본 한류팬들의 공통된 바람은 단 하나, '자신들의 우상을 중남미에서 직접 만나보는 것'이었다.
K-팝 관련 수많은 언론보도가 쏟아지며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한국 문화에 대한 많은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세르지오 본부장은 한류의 열기가 꺼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해'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문화가 이곳에서 어떻게 유명해 졌는지, 전후사정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한다"며 "지금 부족한 것은 서로의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이며 그것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개발하고 교류하는 것만이 한류의 열기를 꺼트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에메르꾸리티오 (El Mercurio)는?
=100년 전통을 자랑하며 칠레 언론 시장의 80% 차지하고 있는 보수성향의 에메르꾸리티오(El Mercurio)는 칠레 최대 신문사다.
#세르지오 에스피노사(sergio v.espinosa) 취재본부장
-에메르꾸리티오의 취재본부장으로 칠레 최고의 언론사의 취재 본부장이다. 한국을 좋아하는 그는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차 한국을 방문했다.
또 20년전 주한국칠레 무관으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체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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