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은 이날 밤 늦게 합의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하원은 새해 1월 1일 이후 처리할 방침이어서 미국은 실질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재정 절벽에 추락하게 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대표한 조 바이든 부통령과 공화당 상원 협상 당사자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당장 새해 1월 1일부터 시작될 6천억달러 규모의 세금 인상과 연방 정부의 재정 지출 삭감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 이른바 재정 절벽을 피하기 위해 이날 끝장 협상을 벌여 마침내 극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지난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의회가 증세를 받아들인 것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오후 9시30분께 의회에 도착해 합의안을 설명하고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찬성해줄 것을 당부했다.
민주당 소속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합의안을 지지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 타결을 축하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상원은 밤 늦게 합의안을 표결 처리할 방침이나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새해 1월 1일 표결 준비 작업에 들어가 2일이나 3일께 최종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하원이 새해 벽두에 가결 처리하기만 하면 이미 새해 1월 2일까지 회기를 연장한 만큼 새해 1월 1일 새벽 0시를 기해 설사 형식적인 또는 기술적인 재정절벽 상태로 빠지더라도 실질적 피해는 별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 112차 의회의 임기는 1월 3일 낮 12시까지다.
공화당 관계자는 “다행히 내일이 공휴일이라 금융시장이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표결 연기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부통령과 매코널 원내대표는 전날부터 협상에 돌입해 애초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25만달러와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이 이른바 ‘플랜B’에서 제안했던 100만달러의 중간 지점인 45만달러를 ‘부자 증세’ 기준으로 절충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이들 부유층의 재산소득 및 배당세율도 15%에서 20%로 올라간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에 따라 부부 합산 기준으로 45만달러 미만의 중산층 등을 상대로 한 세금 감면 혜택, 즉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1년부터 시행해온 ‘부시 감세안’은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미국 의회와 백악관은 또 일정 액수 이상의 상속 재산 세율도 35%에서 40%로 올리기로 했다.
이들 세율 인상 조치를 통해 미국의 세수입은 10년간 6천억달러 안팎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함께 장기 실업수당도 1년간 연장 지급하기로 합의해 200만명의 실업자가 새해 1월부터 정부 지원이 끊길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끝까지 논란이 됐던 연방 정부의 예산 삭감은 일단 2개월 늦추기로 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예산 삭감 방식에 합의하지 못하면 10년간 1조2천억달러, 연간 1천9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 자동 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에 돌입해야 한다.
백악관과 행정부는 이를 1회계연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일단 위기를 모면하고 논의를 지속하자는 차원에서 미봉책에 합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른바 중산층의 ‘보통 시민들’을 초청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정절벽 협상 타결이 완전히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눈앞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 매파들이 ‘바이든-매코널 합의안’에 불만을 표시해 시한 내 타결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이제 연소득 45만달러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정의하게 됐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특히 상당수 공화당 의원은 “애초 소득 계층을 막론하고 증세 자체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가 나중에 100만달러를 기준으로 제시했고, 이마저 많은 의원이 거부해 표결 처리가 무산됐는데 45만달러에 합의한 것은 원칙에서 너무 벗어난 것이다. 재정 적자 감축 방안도 너무 허술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베이너 하원의장과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이번 합의안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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