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 한 해 동안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고 열심히 뛴 결과 최초로 이뤄낸 값진 결과다.
'도전'이란 키워드는 전쟁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로 점철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또 다른 단어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수탈로 헐벗고 굶주렸던 백성, 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분단국가 대한민국이 온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의 기적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하며 중소기업의 '도전'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 중심축에서 중소기업 중심축으로 전환을 예고하고 있는 '박근혜 노믹스(박근혜+이코노믹스)'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험난한 세계 시장 경쟁 속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힘찬 전진을 하고 있다.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장기화된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고유가 등 대외변수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에 직면한 올 한 해,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하면 된다'…기술개발이 수출확대 주역
소방차, 구급차, 특장차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 오텍은 척박하고 위험한 땅 케냐에서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신시장 개척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9년 말 아프리카의 케냐는 최대 유통점인 나쿠마트의 화재사고로 26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또 나이로비 북서부 지역인 몰로에서는 송유차량 전복 화재사고로 111여명이 사망하는 등 수 차례의 대형 화재사건을 겪으면서 국가적으로 소방안전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현지 정보를 파악한 오텍은 케냐의 소방업체(Equip Agencies)와 계약 체결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오텍으로서는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오텍은 케냐의 크고 작은 슬럼지역 골목에 적합한 다목적 소방구급차량을 개발해 선보이면서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매일 현지 바이어를 방문해 정보를 공유하고 무료 장비 시연, 적극적인 언론 홍보 등 1년여에 걸친 구애 끝에 2010년 말 최종 계약에 성공했다.
2011년에 들어서면서 오텍 제품에 대한 소문이 주변국으로 확산됐고, 2012년 4월에는 민주콩고에 이동병원차량 3대, 구급차 12대 등 총 100만 달러 규모를 잇달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2년 말 오텍은 나이로비 개발부와 케냐 보건부, 케냐공항과 구매계약을 체결했으며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인근 국가로 시장 확대를 앞두고 있다.
◇역발상으로 남들보다 한발 빨리 시장진출
한택옥산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이라는 가치있는 결과물을 이뤄냈다.
미디어 플레이어 및 사운드시스템 등 IT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한택옥산은 지난 2010년 테블릿PC를 유럽수출 전략품목으로 선정했다.
당시만 해도 태블릿PC 시장은 아직 본격적인 수요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대부분의 시장조사기관은 2011년 하반기에나 본격적인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택옥산은 역발상으로 시장이 본격화되면 대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져 출혈이 크다고 판단, 비교적 부담이 적은 초기 시장진입을 추진키로 했다.
선발주자로서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암스테르담KBC 지사화에서 공격적인 바이어 발굴 및 상담을 추진했으나 대부분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바이어들과의 미팅을 잡아 제품의 품질과 향후 시장가능성에 대해 계속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펼쳤다. 관심을 갖는 바이어는 별도로 사무실로 초청해 제품 시연회까지 열며 환심을 샀다. 각고의 노력 끝에 바이어의 마음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 해외 마케팅 2년 만에 최초 오더로 55만 유로의 수출계약을 달성했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 관계자는 "한택옥산은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했으며 바이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한 점이 주효했다"며 "역발상 전략으로 해외진출에 성공한 사례로 꼽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달콤한 성공의 열매를 따려면…'신용'이 우선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70%를 웃도는 김치 납품 회사 진미의 성공은 탄탄한 신용보증에 있다.
진미가 처음 해외시장 타깃을 홍콩으로 잡고 진출할 당시 신용장(LC) 확보 부재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의 도움으로 '선적 전 수출보증'을 통해 신규 발주에 대한 원재료 구매의 숨통을 틔웠다. 수출대금 회수에 대한 고민은 K-sure의 '농수산물패키지보험' 가입으로 해결했다.
그 결과, 2010년 40%를 기록했던 홍콩 시장점유율은 2012년 말 70%를 웃돌고 있다. 진미 김치의 인기는 홍콩을 넘어서 대만과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굴착기 부수 장비 제조업체인 대모엔지니어링도 수출보험으로 무담보 외상거래의 한계를 넘어선 사례다.
대모엔지니어링은 자사의 대표 제품을 해외전시회에 출품하고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번번이 구매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 이유는 바로 서로의 거래를 신뢰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부족했던 것.
당시 대모엔지니어링의 제품에 관심을 보인 바이어 대부분은 제품을 먼저 써보길 원하는 '외상구매'를 요구했다. 하지만 구매자만 믿고 물건을 보내기에는 '대금지급불가'라는 막대한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컸다. 구매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수출대금회수에 걱정 없는 '수출보험'이 필요했다.
이후 대모엔지니어링은 K-sure의 수출보험을 통해 수출대금회수 걱정 없이 전 세계 시장에 외상으로 물건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대모엔지니어링은 1990년대 초반 10억원대였던 매출액이 지난 2011년 600억원을 돌파했으며, 2012년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전 세계 80여개국에 분포해 있는 거래처를 바탕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두드리면 반드시 열린다
다이아몬드 공구업체인 태성은 올해로 2년 된 신생업체다. 이들은 일본의 견고한 시장 장벽을 끈질긴 도전으로 넘어섰다.
다이아몬드 공구는 DCDMA(Diamond Core Drill Manufacturers Association)라는 국제규격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국제규격보다 자체 규격을 갖고 있어 해외 업체가 일본에 진출하기에 애로가 많다. 또한 일본 내에 아사히 다이아몬드사가 대부분의 수요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 업체들의 커다란 장애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성은 제품의 경쟁력을 믿고 2010년 말 일본 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2년간은 한국 제품을 소개하고 연락을 취하면서 제품을 홍보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탈로그조차도 받기를 거부하는 곳이 많았다. 거듭되는 실패에 태성은 지사화 사업을 포기하려고 검토했지만, 심기일전의 자세로 돌아가 다시 영업활동에 전력을 다했다.
이전에 접촉한 기업을 대상으로 특히 반응이 없었던 곳에 재접촉을 시작했으며, 일본 업체의 취향을 고려한 공장의 환경개선과 직원들의 인사 교육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또 바이어 상담 후 대접할 식사와 다음날 관광일정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그 결과 2012년 4만 달러의 수주 요청을 받을 수 있었다.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린 지 2년이 지나 얻은 값진 성과였다.
태성 관계자는 "두드리면 반드시 열린다는 마음으로 끊임 없이 두드렸을 때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 일본 시장에 연간 20만 달러가량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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