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버핏세가 지난해 세법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은 현 MB정부가 내건 감세 공약과 전면 배치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초 예산안 심사에서 기존 근로소득세율 구간이 종전 35%에서 38%로 상향조정되자 박재완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이 앞다퉈 수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치권과 대립각을 보였다.
당시 박재완 장관은 "여야 만장일치로 현행 세율 유지로 결정된 상황에서 최고세율 법안이 상정된 것은 미스터리"라며 기습적인 한국판 버핏세 등장에 강한 유감을 보였다.
이어 그는 "소득세 중 일부 최고세율을 신설하는 것은 기획재정위에서도 땜질식 처방에 세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임기응변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사항"이라며 "국회 본회의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된 것이 안타깝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만큼 한국판 버핏세는 정치권과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증세와 관련, 민감한 사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한국판 버핏세가 자취를 감췄다. 아예 개정안건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저성장 기조에 따른 세수 확대 차원에서 부자증세를 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한국판 버핏세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줄곧 한국판 버핏세를 논란거리로 삼았던 정치권이나 정부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현 정부가 부자증세를 거론할 경우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 역시 여러 가지 세수·재정건전성 문제를 검토하는 부분을 차기 정부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유보를 결정한 점을 인정했다.
실제로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이하 금종세) 기준금액이 종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됐다. 사실상 금종세가 '한국판 버핏세'를 대체한 셈이다.
수정된 금종세를 보면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근로소득 등과 합산해 최고 38%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세 대상자는 5만여명에서 20만여명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과세 대상이 늘어나면서 연간 약 32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종세가 부자증세의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에서도 고소득층 세금을 강화하는 부분에 여전히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재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부자증세도 특정 계층에 대해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이 같은 세법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국판 버핏세는 구간별 폭과 세율의 높낮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에서 주장해온 소득세법 최고세율인 38%가 적용되는 과표구간인 ‘3억원 초과’를 ‘1억5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부결됐다. 대안으로 여당에서는 종합소득 특별공제 상한제가 통과된 것"이라며 "올해 개정된 금종세 강화가 한국판 버핏세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것이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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