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없는데 팔고, 다단계로도 팔고'..귀신도 속는 신종 기획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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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0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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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영업방식 계속 진화..국토부, 투자 주의보 내려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1. 주부 A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10만㎡짜리 임야를 분양하는 '기획부동산'으로부터 분할등기가 된다는 말을 듣고 땅 2개 필지를 샀다가 낭패를 봤다.

나중에 등기권리증을 확인해보니 10만㎡ 임야에 93명이 공동소유주로 등재돼 있었던 것이다. A씨는 "나 혼자로는 매매나 소유권 행사를 할 수 없는 물건을 매입한 셈"이라며 "기획부동산이 토지 가분할도를 제시하는 바람에 전혀 사기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약한 게 잘못이었다"고 후회했다

#2. 회사원 B씨는 기획부동산 직원인 친척에게서 "나도 이미 샀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듣고 경기도 여주에 있는 330㎡ 규모의 땅을 매입했다. 알고 보니 매입가는 시세보다 오히려 비쌌다. 이후 그는 기획부동산으로부터 "매수자를 소개시켜주면 그 대가로 땅을 싸게 주겠다"며 다단계 방식의 지인 소개를 지속적으로 강요받는 등 고통을 겪었다.

기획부동산 업자들의 사기행위가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불황으로 부동산 거래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그럴싸한 미끼를 던지며 투자자를 유혹하는 '검은 손'들의 수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3일 국토해양부는 "최근 기획부동산이 조직 형태와 영업방식을 계속 바꾸고 있고, 사기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며 기획부동산에 대한 투자 주의보를 내렸다.

기획부동산은 그동안 토지를 싼 값에 매입(소유권은 기획부동산)한 후 이를 높은 값에 분양해 폭리를 취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매계약만 체결한 상태에서 토지를 팔아 넘기거나 땅 주인에게서 사용 승낙이나 임대만 받은 부동산을 투자자에게 팔고 도주하는 신종 사기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J인터내셔널'이라는 기획부동산은 강원도 춘천 남이섬 인근 6600㎡ 토지를 자신 명의로 소유주와 매매 계약한 후 투자자들에게 "매입 7개월 뒤 이익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200여명에게서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고 소유주와 계약을 파기한 뒤 달아났다. 아예 소유권이 없는데도 토지를 팔아넘기는 대담한 사기 수법인 셈이다.

토지분할 기획부동산 사기도 최근 한층 진화했다. 기획부동산이 2011년 말 '토지분할 허가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주로 사용했던 수법은 일정 규모의 부동산을 사서 이를 330㎡나 990㎡의 작은 크기로 쪼개 매입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원천 봉쇄되자 요즘에는 임의로 가분할도를 만들어 나중에 분할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지분등기 방식으로 토지를 판매하는 사기 사례(사례 #1)까지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사기수법이 날로 진화하면서 급기야 유통업계에서나 볼 수 있는 다단계 방식까지 등장했다. 기획부동산 직원으로 고용한 후 토지 판매와 매수자를 소개하면 성과급을 주는 방식이다(사례 #2). 이른바 '새끼치기' 수법으로, 그만큼 피해규모가 크다.

도심지역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실수요자인 개발업자나 개인에게 웃돈을 받고 파는 '도시형' 기획부동산도 판을 치고 있다. 임야 등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였던 과거의 기획부동산과는 사뭇 다른 수법이다.

이밖에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높은 수익률을 허위로 내세워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모은 뒤 투자금을 가지고 잠적하는 '먹튀' 사례도 적지 않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기획부동산 사기가 지능화된 만큼 땅을 매입하기 전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을 통해 공시지가·소유관계·실거래가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영업활동에 대해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높은 수익이 있는 곳에 높은 위험도 있다'는 투자원칙을 인식하고 기획부동산의 사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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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설명>
☞기획부동산이란='○○컨설팅' '○○투자개발' 등의 상호 명칭을 사용하는 무허가 중개업자로 개발 가능성이 작은 토지를 사들인 뒤 소비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팔아 폭리를 취하는 불법 부동산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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