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때보다 추운 날씨로 전력수급이 불안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미검증 부품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된 영광원전 6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한다는 골자의 중요한 내용이었다.
급히 정보를 입수한 기자는 한국수력원자력측에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은 “잘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는 ‘금시초문’의 태도가 전부였다.
그로부터 5분뒤 한수원측으로부터 똑같은 내용의 메일이 기자들의 메일함으로 발송되기 시작했다. 극히 폐쇄적인 문화가 깊숙히 자리잡은 한수원의 수동적인 태도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한수원의 이런 태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번 한 발 늦는 정보 공개를 비롯해, 반복되는 정정자료, 물어보기 전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 등 그들만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는 이미 국내에 알려진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수원은 지난 한 해만 해도 뇌물비리, 서류위조 등 온갖 염문에 휩싸이며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6월 새로 부임한 김균섭 한수원 사장도 이런 한수원의 수동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고자 ‘환골탈태’를 운운하며 고강도 조직혁신에 나섰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매번 ‘도루묵’이었다.
원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자칫하면 국가의 재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필요악’의 에너지시설이다. 특히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철저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책임이 동반된다.
하지만 이런식의 한수원의 늦장대응이 반복된다면 국민들의 불신도 반복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할 것이다.
2013년 계사년은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해다. 올 한해만큼은 수동적인 조직문화에서 탈피해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는 불신의 허물에서 깨끗이 벗어나야 할 것이다. 5분 늦는 한수원이 아닌 5분 빠른 한수원으로 거듭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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