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경기와 원화 강세로 인하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현재 경기 여건이 완만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 금통위가 금리를 묶어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신 정부가 아직까지 출범하지 않았다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 요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정책 수단을 움직이는 것은 부담이 크다.
실제로도 지금껏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조정한 적은 없었다.
ECB는 지난 8월 금리를 내린 이후 6개월째 0.75%로 동결했으며, 영란은행(BOE) 역시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0%로 동결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기 상황이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과 주요 선진국의 경기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점차 완화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도 금통위가 이달은 쉬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앞서 한국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2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9.8%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의 움직임과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 등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여전히 높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60원선이 붕괴된 1057.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1050원대로 환율이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8월 4일(저가 1055.8원) 이후 17개월만이다. 이는 ECB의 정책금리 동결과 함께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상승, 중국의 12월 무역지표의 개선 등에 따른 것이다.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면서 원화 절상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또한 김 총재는 최근 신년사를 통해 통화정책 목표로 인플레이션 타깃팅(물가안정 목표)보다 명목 GDP가 더 적절하다는 학계의 일부 주장을 언급하며,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3일 열렸던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도 성장세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