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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몰리는 영업사원들..회사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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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1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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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환경 악화에 이탈 가속화...구태는 여전해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5년차 제약사 영업사원인 조민기(가명·32)씨는 지난해 말 의료기기 영업사원으로 이직했다.

국내 상위 제약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최근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실적압박에 시달리면서 변화를 선택했다.

"주변에서는 어차피 비슷한 업종 아니냐고 하지만 그래도 의료기기 영업은 제약 영업때 보다 경쟁도 덜하고 영업을 하면서 느끼는 자괴감도 덜 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도매상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대기업 계열 제약사 팀장까지 올랐던 우창훈(가명·37)씨 역시 올 초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우씨는 "남들은 팀장쯤 되면 팀원들 관리만 하고 규모가 큰 거래처 위주로 손쉽게 영업하는 줄 알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실적이 나빠지면 팀원으로 강등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아예 이 업계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약가인하와 경기침체에 따른 병원 매출 감소가 업계 환경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 상반기 보건복지관련산업 일자리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관련 업종 종사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제약사들이 영업사원들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이고 신규채용 규모도 줄이고 있어 영업사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실시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할 때보다 요즘이 더 힘들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일부 중소제약사와 외국계 업체를 중심으로 영업조직을 없애 해당 인력을 대폭 축소하거나 마케팅 비용 축소를 위해 계약판매대행사(CSO)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다.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급여제가 아닌 실적급제로 체계를 바꾼 곳도 있다. 때문에 5~10년차 중견 영업사원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다.

영업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업계의 구태는 여전해 영업사원들의 고충은 심화되고 있다.

회사 지원금이 끊긴 상태에서 교통비·통신비 지원 목적으로 지급되는 일비에 자비까지 들여 출입처 관리에 나선 영업사원들이 적지 않다.

신규 거래처 확보는 꿈도 꾸지 못한다.

한 중소제약사 영업사원은 "리베이트 쌍벌제 때문에 업계의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들 하지만 자사 제품 랜딩을 위해 자금을 음성적으로 지원하거나 회사 임직원몰을 활용한 현물 공세 등으로 방법만 바꼈을 뿐" 이라며 "중요 거래처의 경우 영업맨들이 토요일에 병원으로 출근해 청소를 대신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업활동에 대한 회사의 요구는 강화되는데 이렇다 할 지원책은 강구되지 않다보니 돈과 관련해 영업사원과 회사 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은 회사가 추후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새로 개업하는 병원에 제품을 랜딩했지만 퇴사를 앞두고 돈을 돌려받지 못해 해결과정에서 팀장과 오랜기간 마찰을 겪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사원은 회사의 매출확대는 물론 이미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업계의 환경변화에 발맞춰 이러한 인식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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