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DNA>SK, 지배구조 혁신의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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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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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SK의 위기를 말할 때 ‘소버린 사태’를 빼놓을 수 없다. 2003년은 역사상 SK에 가장 혹독한 인고의 시기였다. 당시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은 지금의 SK ‘따로 또 같이 3.0’ 신경영체제로 발전해온 지배구조체계의 혁신이라 주목된다.

2003년 초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등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SK 주가는 폭락했다. 이로 인해 소버린의 자회사인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는 SK 주식을 집중 매입하며 지분율을 높여 나갔다. 이는 SK의 경영권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적대적 인수합병 논의와 함께 재계와 정부,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경영권 방어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관계를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강화하려던 정부기관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경제계의 강한 불만에 직면했다. 재계의 목소리는 정부의 비현실적 규제로 국내 기업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M&A에 과다하게 노출됐고, 외국 기업에는 없는 규제로 국내 기업의 발을 묶고 있다는 것이었다.

크레스트는 지분을 매입하면서 처음엔 단순투자라는 목적을 제시했는데 이후 ‘주주이익에 반한다’는 명분을 걸고 SK글로벌 정상화 계획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2004년 이후 소버린은 이사후보를 추천하고 정관 개정안을 제안하는 한편, 최태원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에 간섭했다.

이후 소버린은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으나 이사회에 의해 거부됐고, 법원에 소집허가를 신청했으나 법원도 특정이사를 배제하기 위한 소집청구는 주주의 권리를 남용한 것이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2004년과 2005년 두차례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표 대결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소버린은 결국 2005년 7월 지분 매각을 공식화 했다. 소버린은 SK의 주식 매입과 경영간섭을 통해 SK 경영권을 위협하고 90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SK가 이같은 위기를 최단기간에 딛고 정상화할 수 있었던 데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구조조정의 성과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2003년 이후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확립한다. SK의 이사회는 10명의 이사 중 7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당시 “이사회는 지배구조 개선을 직접 실행하는 시금석”이라고 말했다. 창립 51주년 기념사에서는 “SK그룹은 더 이상 재벌기업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전통적 재벌체제의 상의하달 식 의사결정의 틀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였다. 이사회 중심경영을 정착시키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는 SK텔레콤 이사회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시대변화에 맞춘 새로운 SKMS(SK Management System)의 정립도 위기극복에 큰 몫을 했다는 평이다. 최태원 회장은 손길승 회장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안팎의 일을 나누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파트너십이었다. 이 파트너십은 재계에서 절묘한 경영형태로 평가 받았다. 전문경영인인 손길승 회장이 회장직을 맡아 무리없이 일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SKMS에 기반한 합리성과 전문경영인을 중시한 기업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소버린측의 간섭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SK는 이처럼 지배구조의 획기적 개선 등을 통해 2005년 말 기준 그룹 총매출액 60조원과 수출 200억달러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조기 정상화에 성공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등 안팎의 위기 상황이 불거진 현재에도 최태원 회장은 다시 ‘따로 또 같이 3.0’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며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한편, 전문경영인인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의 공조체계를 형성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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