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DNA> 한진그룹, 조중훈 창업주의 ‘낚시대 경영론’으로 묵묵히 위기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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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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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재홍 기자=“실력있는 낚시꾼은 낚싯대 단 하나로 승부를 건다. 낚시대를 여러개 드리운다고 해서 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선대 회장은 이른바 ‘낚시대 경영론’으로 한진그룹을 한국을 대표하는 물류 수송 기업으로 키워냈다.
회사가 크는 과정에서 섣부른 사업 영역 확장과 미경험 분야 진출로 리스크를 안기보다는 기존의 사업영역을 튼실하게 가꾸면서 그를 기반으로 뚝심 있게 밀고나가는 방법이 조 회장의 지론이었다.

그의 뜻대로 한진그룹은 물류사업을 바탕으로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을 비롯해 하늘과 바다, 육상을 잇는 종합물류 기업으로 ‘한 우물’을 파며 성장해 왔다.

◆ “신용이 사업가의 기본 소양”이라는 신념이 위기를 기회로

한진그룹의 시작은 조 회장이 1945년 트럭 한 대로 시작한 한진상사에서 출발했다.

조 회장이 해방 직후 서울과 인천 사이에 화물량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운송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마음먹고 25살의 나이에 설립한 트럭 한 대로 설립한 회사가 한진상사다.

조 회장은 5년만에 한진상사를 트럭 30대를 보유한 중소기업으로 키워냈지만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트럭 30대 모두를 징발당해야 했다.

하지만 1956년 다시 트럭을 빌려 주한미군의 용역사업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트럭 운전사가 중간에 미군에 납품할 겨울 군복을 트럭째 남대문시장에 팔아남겼지만, 그 옷을 다시 웃 돈을 주고 찾아 남품을 완료했다. 신용이야 말로 사업가의 기본 소양이라는 조 회장의 신념 때문이었다.

덕분에 조 회장은 미군에게 신용을 얻었고, 1956년 11월 주한 미8군과 군화물 수송계약을 체결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1966년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 당시 주 베트남 미군 구매처에 하역과 수송을 담당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같은 신용이 바탕이 됐다.

이후 가용차량 500대에 이르는 기업으로 한진상사를 키운 조 회장은 1960년대 말 대진해운을 설립하고, 베트남에 투입됐던 각종 장비들의 보험을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했다.

1969년 대한항공공사의 인수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한진그룹]

◆ “하나의 낚싯대가 월척을 잡는다” 물류 수송 외길 사업

조 회장의 ‘낚싯대 경영론’은 한진그룹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가면 그대로 드러난다.

물류 운송 기업이었던 한진상사로 출발했던 한진그룹은 이후 수송과 관련된 사업영역으로만 조금씩 확장해 왔다.

조 회장은 베트남전을 통해 커진 그룹의 자산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는데 썼다.

앞서 1960년 주식회사 한국항공을 세웠다가 정부의 대한국민항공사 지원, 항공 사업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접었던 항공사업의 꿈을 다시 펼친 것이다.
조 회장은 1968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며 국적항공사로의 첫 발을 내 딛었다.

다음은 바다였다. 1977년 조 회장은 컨테이너 중심의 해운사인 한진해운을 출범시키며 현재 187여척의 선단을 보유한 세계 9대 해운사의 닻을 올렸다.

1970년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수여받고 있다. [사진제공=한진그룹]

◆ 대(代)이은 ‘수송외길’ 경영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이 같은 의지와 신념은 2세대인 조양호 회장에게도 이어져 한진그룹의 ‘수송외길’ 경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조 회장은 평소 “모르는 사업보다는 아는 곳에 집중하고, 특히 수송에 관련된 분야에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친의 유산”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알지 못하는 분야에 참여하거나 시도해 회사가 사라지는 사례가 많다. 이를 교훈 삼아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한진그룹의 수송 전업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진그룹의 지난 1998년 IMF직후 수송전업도는 당시 대기업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70%였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이후 업종 전문화에 보다 집중해 현재 수송 전업도 90%를 달성했다.

한진그룹은 현재 세계 항공사 국제 여객 수송 부문 세계 14위, 국제 회물 수송 부문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해운사업에서는 컨테이너 부문 세계 9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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