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는 커녕, 지나치게 프리워크아웃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은행권, 작년 10조원 자체 시행
은행권이 1년 동안 자체적으로 시행한 프리워크아웃 규모는 무려 10조원을 넘는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자체 프리워크아웃 규모는 10조3000억원(15만5000건)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2.2%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실적은 9조4000억원(8만5000건), 가계신용대출 프리워크아웃은 9464억원(7만건)이었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자체 프리워크아웃 실적은 2조9372억원이었으며, 신한은행이 1조992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 하나은행 8479억원, 우리은행 5939억원, 외환은행 4929억원, 스탠다드차타드은행 4225억원, 씨티은행 2112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특수은행은 농협과 기업은행이 각각 1조1886억원과 1조95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방은행은 5613억원이었다.
◆ 정부 '프리워크아웃 집착'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프리워크아웃을 적극 시행하는 면도 있지만, 정부의 압박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프리워크아웃 대상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저신용자의 경우 1개월 미만 단기 연체만 생겨도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따라 프리워크아웃 신청 자격이 '연속 1~3개월 연체'에서 '직전 1년간 누적 연체기간 1개월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우스푸어 역시 프리워크아웃을 통해 구제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이 자체적으로 하우스푸어 프리워크아웃을 시행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프리워크아웃 도입도 논의 중이다.
아울러 자영업자들도 프리워크아웃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자영업자 고유 특성이 반영된 별도의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 합리적인 대출을 유도하는 것과 함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권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프리워크아웃 실적을 더 올려야 되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은행별로 채무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채무조정프로그램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추진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프리워크아웃 해결사 아니다
서민들 입장에서 프리워크아웃 대상이 확대되고, 지원조건이 완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조영경 희망재무설계 팀장은 "자영업자에게는 프리워크아웃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신용회복위원회가 하우스푸어까지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다"며 "무턱대고 하우스푸어를 구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키고 싶다면 오히려 자연스런 정화작용에 맡겨야 시장이 선순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가 채무불이행자들에 대해 유형별로 구체적인 분석을 했는지 의심이 된다"며 "각각에 적합한 처방이 단계별로 내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프리워크아웃만 확대되면 자칫 시장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모럴해저드 확산과 은행권의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프라워크아웃이 은행에 꼭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분명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빚을 갚을 이유가 사라지면서 모럴해저드가 만연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과연 채무불이행에 대한 패널티는 없이 지원만 이뤄지는 게 읋은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거래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금융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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