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증세' 없이도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소득공제 등 세법 전반에 대한 대수술로 각종 조세지원제도는 고소득자·대기업 혜택을 줄이고 취약계층·중소기업에는 늘리는 기조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세개혁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발족해 본격 가동한다고 25일 밝혔다. 지난달 구성을 마치고 신제윤 1차관 주재로 이미 두 차례 회의를 마쳤다.
위원회 밑에 총괄분과를 비롯해 소득세·재산세·법인세·부가가치세 분야 등 6개 분과로 구성됐다. 기획재정부 세제관료를 비롯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조세개혁추진위는 135조원 규모의 공약 이행 재원 가운데 인수위가 세제개편을 통해 확보하려고 했던 48조원 실현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새 정부 조세정책의 키워드를 '조세정의'로 잡고 세율이나 과세표준구간 조정, 세목 신설 등 직접 증세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처럼 세원을 넓히는 '간접 증세' 방식을 집중 검토한다.
위원회는 소득공제제도의 전면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소득공제 중심인 조세감면제도를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소득공제는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감면받고 세금도 못낼 형편인 사람은 별 득이 없어 소득재분배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액공제는 소득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감액하는 방식"이라며 "예컨대 교육비는 지금 연 900만원까지 소득에서 빼주는데, 세액공제로 바꾸면 90만원 등 일정액을 세액에서 빼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로 전환할 수 있는 세율공제 대상을 추리고 있어 자연스럽게 고소득자나 대기업의 세제혜택을 줄이고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는 방향이 확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녀장려세제(새 아기 장려금) 도입을 추진한다. 연소득이 40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가구의 출산 장려를 위한 환급형 세액공제 방식이다.
의원입법으로 18세 미만 자녀 1명당 소득 수준별로 최대 50만원까지, 총한도 200만원까지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소득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소득세법상 다자녀 추가공제제도 혜택은 축소하거나 자녀장려세제로 통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주고자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종전 중소기업으로서 누리던 각종 세제혜택을 점차 축소할 방침이다.
근로장려세제(EITC) 적용대상을 늘리고 최대급여액 인상도 추진한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 EITC를 전면 적용하는 방안을 찾는다.
대·중소기업 상생을 돕고자 대기업이 2·3차 협력업체에 투자하면 추가로 세제혜택을 주는 장치도 강구한다.
고소득층에는 간접증세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과세·감면 금융상품의 조세지원 한도를 설정해 과도한 세금혜택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대주주의 범위도 확대할 수 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자 현금영수증·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의무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과세 인프라를 정비하고,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나 역외탈세 단속도 강화한다.
간접증세를 해도 목표 재원에 미달하면 직접증세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한 부가가치세율(현행 10%)이나 담뱃세 인상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조직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 개편안을 거론하기는 어렵다"며 "새 정부가 오는 7~8월 내년 세입 방안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조세개혁추진위도 작업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1~22일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한 2013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도 금융, 환율, 세제개혁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약속한 복지공약 이행 비용을 마련하려면 세출 조정이나 지하경제 축소로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보편적 과세 없이는 복지가 지속할 수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경제학자들이 박근혜 정부 복지정책에 쓴 소리를 하는 것은 50일 가까이 활동한 인수위에서 세출 조정과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이외에 마땅한 복지재원 조달대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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