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벤츠 타는 을(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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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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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증권사 입사 1년 차에 3600만원을 벌고 올해(2012년) 입사 3년 차인데 9000만원 정도 받은 것 같습니다. 차도 벤츠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슈퍼 을'이기 때문에 밖에서 만나면 쳐다도 안 볼 그런 사람한테도 굽신거립니다."

자신을 증권사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취업사이트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증권사에 먼저 입사한 선배로서 후배에게 한 조언치곤 미덥지 않다.

증권사 연봉으로 현혹시킬 게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증권업계 실상을 정확하게 알려줘 후배에게 헛된 꿈을 꾸게 하지 않도록 이끄는 게 선배답다.

고객을 유치해 실적을 올리는 '을'이 어떻길래 밖에서 쳐다도 안 볼 그런 사람한테 굽신거려야 한다고 말했는지를 고백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고액 연봉 때문에 증권사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린 적도 있었지만 증권업 속성을 보면 터무니없는 과장인 게 드러나고 있다.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로 쌓아온 증권업계의 금전만능주의는 현재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증권사는 수수료가 수입원이기 때문에 거래대금이 늘어야 하지만 거래대금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최근 증권사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직원 감축 등 구조조정설이 업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일부 직원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업계 내 자성의 목소리가 거센 건 당연하다. 최근 전직 브로커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썼다. 그는 서문에서 "금융에 판타지 따위는 없고 단지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연초 한 증권사 직원은 퇴사하며 자신이 몸담은 증권사의 영업 형태를 비난하는 글로 업계에 파장을 낳았다.

증권업계 위기의 본질은 실적 부진이 아니다. 증권사가 아니라 업계를 이끄는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들은 벤츠 타는 을이 아니라 벤츠 타지 않는 갑(甲)이 되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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