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엔저로 수출 마진이 전달 대비 20%가량 줄었다. 원가절감·생산성 향상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꼴”이라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수출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청북도에서 LED와 인쇄회로 기판을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B사는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자금 부족으로 중국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절상되면서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크게 늘고 있다”며 “중국에 공장을 둔 중소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환율 전쟁에 신음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엔화가치 급락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중소기업의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100엔 당 원화 환율은 전월 대비 30.39원 떨어진 1166.43원을 기록했고 현재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당 엔화 환율이 당분간 등락을 반복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원·엔 환율의 하락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원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띄는 반면 엔화 가치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난 6일 중국 외환당국이 발표한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도 6.2745위안으로 1월 16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크게 절상됐다. 중국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기조 역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환율리스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2008년 키코 사태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키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정부가 제시한 지원 대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와 무역협회는 공동으로 중소기업 대상 환위험 관리 설명회와 개별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환위험 관리실태 점검을 실시한다. 중소기업청은 수출 전문교육 프로그램에 환위험 관리과정을 추가하고, 수출역량강화사업 참여기업(연 1000개사)에 대해 교육이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환율변동에 피해를 입은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올해 250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풀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환변동보험 재원을 기존 1조1000억원에서 올해 1조50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고, 적용한도를 수출실적의 70%에서 90%로 늘렸다.
또 오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이용한도 500만 달러 이하인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20% 추가 할인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무역협회나 지자체로부터 환변동 보험료 수수료를 지원받을 경우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환위험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중소기업들도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
신한금융투자의 최창호 투자전략부 연구원은 “환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면서도 일본 시장에서의 성장성까지 갖춘 게임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이 엔저 시대의 잠재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경부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 생산 능력을 볼 때 기존 상품위주의 수출만으로는 지속적인 수출확대가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플랜트엔지니어링, 유통물류, 컨설팅, 금융 등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서비스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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