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내려놓고 여러분께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제가 대과 없이 업무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 모두가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매진한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농어촌, 농식품 산업이 처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분 한분 각자의 자리에서 열과 성을 다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취임하면서 ‘다함께 잘사는 행복한 농어촌’을 건설하자는 신념을 갖고, 여러분과 함께 호흡해 왔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1년 9개월이라는 시간은, 저에게 힘들고, 고된 순간도 있었지만 매 순간 참으로 가슴 벅차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젖소농장에서 광우병이 나왔을 때, 국회에서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을 하라’고 요구했는데 ‘그런 짓 왜 하느냐?’고 대답해 신문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일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저는 광우병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과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 원칙과 소신에 따라 당당하게 업무를 추진했습니다.
청계천 광장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촛불시위에 참가하면서 매일 살얼음판 같은 하루하루를 지날 무렵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의 격려 전화와 칼럼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여론이 바뀌면서 광우병 대응을 흔들림 없이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농촌은 물론이고,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안긴 2011년 구제역과 AI 발생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상황실을 설치하고, 전국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면서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궂은 날씨에도 여러분과 지자체 공무원분들이 정성껏 현장을 살펴주었고, 제 간절한 기도 역시 통했는지 2012년에는 구제역과 AI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4년 만이라는 전례 없는 가뭄발생으로 농수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상황실을 설치하고 선제적으로 대책을 강구하여 잘 대응했지만, 기상 관측이래 처음으로 3차례 큰 태풍이 발생하면서 쌀마저도 모자랄 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고 RPC 벼 매입 조절, 정부 비축미 공급 등을 통해 간신히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10년 배추파동 당시 배추 한 포기에 만오천이나 이만원 하던 것을 상시 비축제를 실시함으로써 포기당 오천원 이하에서 유지하였고, 배추밭을 갈아엎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값이 쌀 때 사 비쌀 때 팔아주는 상시 비축제가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현장을 돌아다닌 거리가 31,618km 정도되니, 거의 지구 한 바퀴(40,120km)를 다닌 셈입니다.
현장을 돌아보는 것이 제게는 큰 보람이자 중요한 업무였고, 어느덧 몸에 밴 습관이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농어민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애로사항과 문제점들을 시책에 반영하였습니다.
한·미 FTA 비준 당시에도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바탕으로 정부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보완대책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농어민과 소통함으로써 한‧칠레 FTA에 비해 수 십배 높은 파고를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수산분야에 대해서도 진심어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원을 확대하고, 정책적으로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수산분야에 직불제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10대 전략품목 육성, 양식시설 현대화, 비축물량 증대 및 산지 거점유통센터 육성 등을 위해 작년에 비해 2013년도 예산을 8.1%나 늘렸습니다.
2012년 3월 미국에 남해안의 굴 수출 길이 막히자마자 대응반을 구성해서 대책을 마련토록하고, 행정안전부에서 지방교부세를 긴급히 지원받아 오염원관리 조치를 마무리함으로써 마침내 올해 2월에 미국 FDA로부터 굴 수출을 재개하라는 공식적인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차질 없이 해냄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농어업도 산업으로 경쟁력을 길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농정철학을 성실히 이행하고, 우리 농어업을 선진 농어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초를 다졌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남습니다.
업무에 대한 열정 때문에 여러분을 독려했던 것이 혹시라도 ‘저와 여러분 사이에 거리감을 갖게 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남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제가 여러분에게 소원하게 한 점이 있었다면 사적인 감정에서가 아니라 대의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널리 혜량해 주었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농림수산식품 공직자 가족 여러분!
저는 어려서부터 ‘어떻게 하면 어려운 농어업인들을 잘 살게 할 수 없을까?’, ‘언제쯤 우리 농어업을 선진화 할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꾸어 왔습니다.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정책을 수립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저는 이제 우리 농어업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농어민과 가슴을 맞대고 대화하며 소통한다면, 선진 농어업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열정, 타이밍과 현장감, 그리고 신뢰’가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살아왔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이러한 점들을 깊이 유념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 막 새 정부가 힘차게 닻을 올렸습니다만, 정부 조직개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계속되는 현안 때문에 떠나는 제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 농어업, 농어촌의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언제, 어디서든 여러분을 응원하고, 미력하나마 우리 농어촌·농식품 산업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항상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서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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