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사업자 선정 당시만 해도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과 금융권이 앞다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근 부동산시장도 들썩였다. 하지만 사업 시작 6년째인 현재, 이 사업은 금융이자 52억원을 갚을 여력도 없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경기가 계속 좋을 것이라는 불패신화에 대한 맹신, 이해당사자간의 '제 잇속 차리기'가 야기한 비극적 결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코레일이 보유한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 51만5483㎡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이 완료되면 111층 랜드마크타워·쇼핑몰·호텔·백화점·주상복합아파트 등 60여개동이 들어설 전망이었다.
사업의 시작은 부동산시장이 활황기였던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철도경영정상화 종합대책'에 철도정비창 재개발계획을 포함하면서부터다.
이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 사업을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하도록 하면서 당초 계획부지였던 철도정비창에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통합개발 방안이 마련돼 2007년 발표됐다.
하지만 이는 용산 개발사업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됐다. 특히 2200여가구에 이르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보상문제는 용산 개발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보상규모만 해도 3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 개발사업은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경기가 최고조일 때 사업 초안을 마련하고, 서울시도 이를 크게 확대해 놓고선 이제와서 발을 빼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건물을 매입하겠다던 외국 투자자들은 하나 둘 빠져나갔고, 삼성물산도 2010년 주관사 지위를 내놓았다.
이후 롯데관광개발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사업은 정상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출자사간 책임 공방이 가열돼 결국 디폴트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사업 초기만 해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코레일에 대해 부지를 매각해 철도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재개발사업에 대한 코레일의 경험 미숙 등을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코레일은 정부와 서울시의 뒷받침에 힘을 받아 민간 출자사들과 함께 이 사업을 시작했다.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사태는 민간 투자자, 코레일, 서울시, 그리고 정부가 총체적으로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며 "결국 피해는 선량한 지역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