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그룹은 지난 16일 키프로스에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은행 예금 과세를 부과하면서 키프로스 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촉발됐다. 스페인을 비롯한 다른 위기국 역시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키프로스의 예금 과세가 사실상의 헤어컷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볼프강 뮌하우 경제학자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키프로스 예금 과세가 법적으로 사실상의 부유세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이 키프로스의 예금 과세가 유로존에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웰스파고의 브라이언 제이콥스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장기간 유로존 경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유럽 증시 역시 상승세였으나 키프로스 소식 후 유럽 주식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 가치 역시 하락했다. 유로는 18일(현지시간) 1.4% 하락해 유로당 1.28달러로 거래 됐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잉글랜더 애널리스트는 키프로스 문제가 유로를 팔고 달러·스위스프랑·파운드 등을 사도록 유도시킨다고 분석했다.
특히 키프로스 은행에 예금이 많은 러시아 등 주변 국가도 비상이다. 키프로스의 은행 예금 700억 유로 가운데 200억 유로의 예금자는 러시아인이다. 전문가들은 키프로스 예금 과세가 실행되면 러시아 계좌 보유자의 손실이 15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키프로스의 러시아 예금이 대거 독일 영국 스위스 등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은 키프로스발 뱅크런으로 인해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자 스페인 금융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아직 그리스 스페인 아탈리아에 뱅크런 조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키프로스에 배치된 자국군 3500명의 관련 손실을 보상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시장을 어렵게 진정시킨 효과가 없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ECB가 무제한 채권매입을 약속해 겨우 잠재운 시장 불안감을 다시 커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이처럼 우려가 커지면서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소액 예금자 보호가 필요하다”며 “예금액을 2만 5000 유로 미만이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달래기도 했다.
앞서 유로그룹은 키프로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10만 유로 이상의 예금에는 9.9%, 그 미만에는 6.7%를 각각 과세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를 키프로스 의회가 승인하면 19일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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