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 신규 가동되는 고로에서 생산되는 쇳물량만 1000만t 내외에 달할 것으로 보여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사태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두 회사가 설비투자를 완료하는 시기에 사업 환경이 호조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시기가 맞아떨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6월 초 단일 고로로는 세계 최대 규모(내용적 6000㎥)로 개보수 중인 광양 1고로(연산 565만t 규모)에 이어 12월에는 연산 200만t 규모의 세계 최대인 파이넥스(FINEX) 3고로와 해외에서 건설하는 첫 일관제철소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의 1단계 공사(연산 300만t)를 마무리한다.
광양1고로 개보수 작업 공정률은 지난 2일 현재 73%로 당초 예정보다 열흘여 빨라 늦어도 6월 9일 철의 날에 앞서 고로에 불을 지피는 화입식을 개최할 수 있을 전망이며, 파이넥스 3고로와 인도네시아 제철소도 연내 완공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제철도 당진제철소의 마지막 완성작인 3고로(연산 400만t) 공사가 9월 27일 화입식에 맞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3고로 완공에 맞춰 열연과 후판,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등 공장 건설도 마무리해 화입과 동시에 제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양사가 고로를 통해 생산하는 쇳물량만 연간 1100만t을 넘어서게 된다. 인도네시아 물량을 제외한 국내 생산 증가분도 800만여t에 달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이미 가동 중인 2개 고로 생산량(800만t)보다 많다. 철 스크랩을 녹여서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는 전원을 내리면 가동을 중단할 수 있는 반면, 고로는 한 번 불을 지피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가동을 멈출 수 없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전 세계 철강수요는 14억t가량인 데 비해 공급능력은 20억4000만t으로 설비능력이 남아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철강업계 중 가장 최신설비를 보유함으로써 노후화한 설비가 주축인 해외 경쟁사보다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고로 가동을 중단했던 포스코가 전체 철강업계 중 최단기간에 생산을 정상으로 되돌렸고, 현대제철도 당진제철소를 완공해 성공적으로 운영한 배경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 가동을 앞둔 올 하반기부터 철강 수요가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높이는 한편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밀착영업을 통해 중국·일본산 제품을 대체해나갈 경우 늘어난 쇳물 생산량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