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인천공항, 고속철도(KTX) 일부 구간(수서~평택) 민영화 사업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공기업 민영화 대상 중 절반가량은 계획을 보류하거나 혹은 폐지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靑 “인천공항 민영화 원점 재검토”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국민의 합의나 동의가 없이 효율성만을 고려해 일률적 민영화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공기업 민영화의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박근혜정부는 우량 공기업의 매각에 따른 공공성과 일자리 불안, 특혜시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민영화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도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공분야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자고 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어 당분간 공기업 민영화가 좀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정책금융공사·우리금융지주 등의 민영화와 대우조선해양·STX팬오션 등의 매각도 모두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불투명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당초 2014년까지 완료키로 했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고, 국토교통부는 고속철도 운영권을 매각하는 대신 제2의 철도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택했다.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관장 업무내용에서 공기업 민영화 정책 수립 및 조정이라든가, 민영화 추진 같은 단어 자체를 아예 뺐다.
◇공기업 낙하산 MB맨 대거 물갈이 예고
청와대는 공기업 민영화 재검토 방침에 이어 전문성이 없고 경영성과가 미흡한 '낙하산' 공기업 사장 등 공공기관장을 전면 교체할 방침이다.
현재 청와대는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잣대로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들의 교체 여부를 심사 중이다.
기획재정부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1곳, 6개월 이상 재직한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장 100명, 상임감사 58명을 대상으로 경영평가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경영실태 및 공직 감찰 감사 결과는 향후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과 기관장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감사원이 산업은행이 다이렉트 예금의 높은 금리로 인해 손실이 커졌다는 '금융공기업 경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곧바로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이 사임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강 회장을 정조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일단 주요 공기업 28곳 가운데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9명의 기관장이 우선적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윤영대 한국조폐공사 사장,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정창영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은 이명박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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