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물 금 선물 가격이 전날보다 무려 9.4% 하락한 온스당 1360.6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1974년 이후 최대 하락폭이고 2년여 만에 최저치다. 4일 만에 온스당 203달러 이상 사라진 셈이다. 금값이 최고 수준에 달했던 2011년보다 무려 29%나 폭락했다. 지난 2011년 9월 금 가격은 온스당 1920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하락세를 탄 금값은 지난주 키프로스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보유한 금을 내다 판다는 소식이 돌면서 하락폭이 커졌다. 저널은 엔저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금값을 급락시킨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 기대가 피로감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돈을 찍어내면서 금값은 6년 동안 116% 상승했었다. 금뿐만이 아니다. 은·구리 등 원자재 상품이 일제히 폭락했다. 은 가격은 11%, 구리 3.5%, 유가(브렌트유) 2.8%가량 급락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원자재 하락세를 부추겼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금융·상업 은행들은 금 랠리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쌓여온 원자재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월가 은행들은 금값이 온스당 1200~1500 달러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시에떼제너럴의 스테파니 에이메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금값이 온스당 126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평균 온스당 1545달러로 전망했다. 단스케방크는 올해 말에 1400달러, 내년에는 130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올해 1540달러, 내년에 1520달러로 내다봤다.
마켓워치는 지난해 말 금값이 1200달러대까지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삭소 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책임자는 "온스당 1300달러가 금값의 핵심 지지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락세를 전망했다. 앞서 낙관적인 금값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들도 의견을 바꿨다. 지난 2월 금이 여전히 투자할만한 안전자산이라고 강조했던 빌 그로스 핌코 회장은 15일 트위터에 "잘못된 신호였다"고 정정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이 잔뜩 뿌린 돈의 효과로 금값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엔·유로 가치가 하락하면 금에 다시 투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최대 금 수요국인 인도가 웨딩시즌을 맞이하면서 예물로 주로 쓰이는 금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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