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불쑥 찾아오는 귀 질환…관련 환자도 급증

확장된 내이 림프관 모습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최근 전정기능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급증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귀는 눈에 보이지 않고 같은 이비인후과 진료 부위인 코나 목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 질환은 갑작스럽게 찾아와 일상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평소 관심과 예방노력이 절실하다.

◆ 갑작스런 어지럼증 유발하는 이석증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정기능장애로 인한 진료인원이 최근 5년 새 54% 증가했다.

정기능장애란 귀 속에 우리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겨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메니에르·이석증·전정신경염 등이 전정기능장애에 속하며, 이는 어지럼증과 함께 이명·난청·이충만감 등 청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귀로 인해 발생하는 어지럼증의 원인 중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귓속의 돌이 떨어져 생기는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우리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평형기관의 돌가루가 제 위치를 이탈해 떨어져 나와 귀속을 돌아다니며, 평형기능의 장애를 일으킨다.

이석증이 생기면 고개를 숙이거나 쳐들 때, 높은 곳을 보거나 선반 위의 물건을 집기 위해 머리를 뒤로 젖힐 때, 자다가 옆으로 돌아누울 때 등 발작적으로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발생하게 된다. 어지럼증은 1~2분 정도 지속되고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는 사라지지만 고개를 돌릴 때마다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심한 머리충격·내이질환·장기간 누워있는 경우 등이 이석증을 발병시키는 원인으로 추정된다.

한 이석증 환자가 이석정복술을 시술받고 있다.

이석증은 대부분 간단한 물리치료로 치료된다. 주로 반고리관에 들어가 있는 이석을 원래의 위치로 이동시키는 이석정복술로 치료한다.

◆ 술도 안 마셨는데…빙빙 도는 '전정신경염'

전정기능장애는 전정신경염도 유발한다.

전정신경염은 갑작스럽게 한쪽 귀의 전정기관을 담당하는 신경기능의 일부 또는 전체가 없어져 발생한다. 속이 매스껍고 구토가 나며, 머리를 움직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술에 취한 것처럼 주위가 빙빙 도는 증상이 나타난다.

전정신경염은 한 감기를 앓고 난 후 갑작스레 발병하는데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정신경염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수일간 지속된다. 머리 움직임에 따라 지럼증과 몸의 불균형이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은 차차 호전되거나 보통 수 주간 또는 경우에 따라 수개월간의 회복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급성기에는 어지럼증 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이후에는 증상에 따라 전정기능 회복을 위한 고개 좌우로 흔들기·일자로 걷기·균형 잡기 등의 동작으로 이뤄진 전정재활운동을 통해 평형기능을 회복한다.

◆ 반복적인 어지럼증과 청력이상을 동반하는 '메니에르'

메니에르병은 반복적인 어지럼증·청력이상·이명·귀 먹먹함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심한 어지럼증이 수분에서 수 시간 지속되며, 심할 경우 수일에서 수개월 간격으로 반복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메니에르병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귀의 구조적 이상, 호르몬 이상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니에르병 치료는 현재 환자의 상태, 치료방향 및 예상되는 치료결과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문경래 소리귀클리닉 원장은 "평소 짜게 먹는 습관은 과다한 염분축적으로 내림프의 압력을 높여 어지럼증을 일으키므로 나트륨의 하루 권장량을 준수해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며 "술·담배·카페인 섭취를 삼가고 과로와 스트레스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