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국노래자랑'을 제작한 이경규가 인터뷰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형석 기자 |
이경규는 1992년 영화 ‘복수혈전’을 선보였다. 결과는 참패. 보통 그 정도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한다. 그러나 이경규는 우직하게 도전했다. 15년 만에 제작자로 나선 영화 ‘복면달호’는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경규가 영화계에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
5월1일 이경규는 셋째 작품 ‘전국노래자랑’을 선보인다. 전국노래자랑은 이경규가 치밀한 준비 끝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판권을 구입한 것은 1996년이었다. 방송활동을 하면서 그는 영화작업을 병행해왔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영화 작업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시나리오 작업만 4년 정도 걸렸어요. 전국노래자랑은 모든 사람이 애청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저는 프로그램 출연자들 사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꼭 한번 영화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영화제작자 이경규가 5월1일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앞두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형석 기자 |
“첫 영화 복수혈전 이후 시나리오를 보는 연습을 했어요. 작품의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 흥행을 예상하는 연습을 했죠. 그런 연습을 하다보니까 나름대로 영화 흥행을 보는 눈이 생기더군요. 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는 성공할거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노력을 통해 영화는 시나리오가 중요하다는 걸 깨우쳤어요. 뼈대가 튼튼해야 건물이 오래 서있는 것처럼 영화도 기초인 시나리오가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그는 주연배우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주인공 김인권을 캐스팅하는데 후배 최민식까지 동원했다. 김인권은 술자리에서 최민식 선배의 한마디에 시나리오도 안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최민식과 함께 김인권을 만났어요. 제가 볼 때 김인권은 이번 영화 주인공으로 딱이었는데 합류시키는게 문제였죠. 그래서 후배 최민식과 함께 김인권을 술자리에 불렀어요. 최민식이 부탁하니까 김인권도 출연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제 영화에 김인권이란 배우가 필요했습니다.”
자신을 믿어준 배우를 위해 이경규는 직접 홍보에 나섰다. 자신의 진행하고 있는 SBS ‘힐링캠프’에 김인권을 출연시켰으며, 본인 역시 배우들과 함께 SBS ‘런닝맨’에 출연했다. 예전과 달리 영화도 사전 홍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제작자는 영화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에요. 저를 믿고 따라준 배우와 스태프, 감독을 위해 뭐든지 해야죠. 감독과 배우가 이 영화로 인해 앞날이 결정되는데 뭐든지 해야 되는 게 당연하잖아요.”
겉으로 의연한 척 했지만 제작자 이경규는 시사회 개봉을 앞두고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걱정을 지우기 위해 그는 시사회 전까지 편집실에서 살았다. 관객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 희한한 게 영화를 보면 볼수록 단점이 눈에 띕니다. 편집실에서 영화를 보면 지루한 부분만 보이거든요. 그러니 편집실에 사는 거죠. 좋은 영화를 보여주는 게 제작자로서 관객에 대한 예의잖아요.”
제작자 이경규는 최종 목표가 감독이다. 첫 작품에서 실패를 했지만 감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적당한 시기가 오면 조감독이나 스태프로서 밑바닥부터 배울 생각이다.
“지금도 감독의 꿈을 접은 건 아닙니다. 제작과정을 알아야 좋은 영화를 만들죠. 제작과정도 모르는 사람이 좋은 영화를 만들겠어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배우고 스스로 됐다고 생각할 때 연출에 도전하고 싶어요.”
꿈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실현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물며 중년의 나이에 꿈을 실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실패할 때 져야할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이경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도전 끝에 전국노래자랑이 탄생했다. 흥행 결과를 떠나 그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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