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을 은행에서 일하며 단 한 번도 아랫사람에게 하대하거나 막말을 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 매분기 실적 발표 때는 본인이 직접 밤샘작업을 해 입술이 부르틀 만큼 매사 꼼꼼하다는 평을 듣는다.
정부 부처에서 알게 된 차관 한 분도 마찬가지다. 본인은 보고서에 오탈자가 한 번만 나와도 면전에서 서류가 날리는 호된 질책을 받으며 공직생활 30년을 보냈지만, 그에게 호통을 들었다는 후배 공무원을 본 적이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오히려 차근차근히 틀린 점을 고쳐주면 뒷머리 벅벅 긁으면서 고마워하지요"라고 답하곤 했다.
임원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조직에서 오랜 기간 업무는 물론 대인·대외관계에서 무수한 검증을 받고 끝까지 인정받은 사람이 되는 자리다.
얼마 전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기내에서 행패를 부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행중 승무원에게 폭언을 하고 손찌검한 정황이 인터넷에 상세하게 나돌고 있다.
미국 공항에 출동한 FBI에게 입국해 구속수사를 받든지 출국하라는 말에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이라도 FBI에게 덤빌 배짱은 없었던 모양이다.
모기업인 포스코는 일제시대 조상들이 피흘린 대가로 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바탕으로 세워진 기업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는 더 큰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대기업은 국민들의 뒷받침과 희생, 국가 지원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에 국민기업의 성격을 갖고 있어 우리 공동체와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 국민들은 높은 직위에 올라간 사람이면 그에 걸맞은 도덕성도 갖추길 원한다. 이번 일로 뜨끔할 분들이 많을텐데, 얼마나 고쳐질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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