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5월에는 주식시장이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5월 위기설'이 증권가에 퍼지며 한동안 화제가 됐다.
하지만 올해 5월 증시는 과거와는 조금 다를 전망이다. 국제 경제의 회복세와 정부의 내수 부양 정책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주가지수가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엔화 약세와 북한 위협 등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점도 증시 반등론에 힘을 싣는다.
다만 증시 상승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증시가 내부 요인보다는 환율 등 국제 경제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 5월 코스피 1889~2014 예상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평균적으로 다음달 코스피 예상치를 최저 1889에서 최고 2014로 제시했다.
5월 증시에 가장 좋은 영향을 미칠 사건으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다. ECB가 금리를 내리면 유럽계 자금이 한국 증시로 이동하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증시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양증권 김지형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유럽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던 독일 경제가 흔들거리면서 ECB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유럽의 금리인하와 뱅가드 관련 물량의 매도세 완화로 5월에는 외국인 매도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투자전략팀장도 "5월에는 ECB의 금리인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통과, 국제 경기회복, 원화 약세 등으로 한국 증시의 반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증시 약세를 이끌고 있는 각종 악재들이 여전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엔화 약세, 북한 위협, 미국 경기 둔화 우려,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등이 다음달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주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다음달 초 ECB의 금리인하와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가 증시의 반등을 이끌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한국 증시의 약세를 이끌고 있는 변수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추세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엔화 약세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투자 매력을 크게 줄이고 있다. 지난해 말 달러당 86.37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현재 97.60엔으로 13% 이상 올랐으며 곧 100엔 시대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 이경수 연구원은 "장기적인 엔화 약세 가능성은 열어두고 접근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3~105엔 정도까지 오른 이후 다음달 중순부터 엔화 약세 속도가 둔화되면서 국내 증시도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키움증권 마주옥 연구원도 "엔화 약세는 국내 수출업종에 부담"이라며 "다만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로 인한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국채금리 급등 등을 피하기 위해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100엔 정도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5월 초 한·미 정상회담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월이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IT·내수 업종을 사라
증시전문가들은 다음달 투자 유망업종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 중인 정보·기술(IT)을 꼽았다. 또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내수 관련 업종에도 관심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마 연구원은 "반도체를 포함한 IT업종의 실적이 1분기에 비교적 양호하며 2분기 전망도 좋다"면서 "중국 관련 내수업종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 대표 IT종목인 삼성전자는 2분기 이후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도 8000만대 수준으로 3000만대 판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쟁사 애플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4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하이닉스도 D램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2분기에도 실적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 및 은행 업종도 저평가 매력이 커지면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은행은 실적개선보다는 내수경기 회복 및 이에 따른 부동산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곽 팀장은 "IT와 관련 부품주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권한다"며 "이와 더불어 추경안의 국회 통과에 따른 내수경기 부양 수혜가 예상되는 은행·건설·백화점 업종에 대해서도 종목에 따라 선별적인 접근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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