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밝힌 성명서를 통해 “매달 850억 달러의 채권(주택저당채권 및 재무부채권) 매입을 계속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기준금리는 0~0.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없는 한 초저금리 기조를 계속 가져간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연준은 “노동시장 실업률이 6.5%를 넘고 인플레이션 1~2년 전망이 2.5%를 넘지 않는다면 지금의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앞서 길게는 오는 2015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은 “주택시장이나 가계 소비지출, 기업 설비투자 등은 개선되나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에 따른 영향으로 성장이 지연되고 있다”고 현 경기를 진단했다.
그동안 경기진단을 하면서 사용했던 ‘온건한 또는 완만한(moderate)’ 속도로 확장된다는 표현이 다시 사용됐다. 실업률(3월 7.6%)이 아주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시장은 이미 연준이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앞으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수준에 따라 자산매입 규모를 조정하겠다’는 구절이었다.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폭이 커지면서 시장은 조만간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지난 1월과 3월 FOMC 이후 연준의 성명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으며, 자산매입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당장 양적완화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된다. 이번 결정에는 경기부양 기조를 그동안 강하게 주장해 온 벤 버냉키 의장과 윌리엄 더블리 부의장을 비롯해 FOMC 12명 이사 중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에스더 조지 총재를 제외한 11명의 이사가 찬성했다.
연준은 전체적으로는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취지였지만 그동안 풀린 시장의 돈 때문에 인플레이션(3월 개인소비지출 지수 연율 1.1%)이 예정보다 빨리 도래하면 이를 축소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실망감을 안겨줬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짐 오설리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양적완화를 큰 폭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오히려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음을 시장에 암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은 “연준이 오히려 양적완화를 확대할 가능성을 열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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