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인도 뉴델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일 “정책조합은 타이밍이 다를 수 있다”면서 지난해 금리 인하가 선제적 결정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미 금리를 지난해 0.5%포인트 내린 데서 더 낮추는 것은 어렵다는 식의 입장도 내비쳤다.
이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 뉴델리에서 김 총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7월과 10월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한 것은 상당히 크다”며 “1월부터 3월까지 폴리시 믹스(정책조합)를 얘기한 것은 새 정부에 바탕을 깔아줬으니까 이제는 ‘당신 차례’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김 총재는 통화정책도 주요국과 동조해야 한다는 방침을 꾸준히 밝혀왔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을 더불어 인도와 터키, 폴란드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국가에서 0%로 금리를 낮춘 다음 이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한 국가가 없다”며 “기축통화야 다른 나라가 써주지만 원화는 누가 써주겠나”라고 되물었다.
김 총재는 “일본도 1999년 2월에 0%가 됐는데 아직까지 못 돌아왔다”면서 “그러나 일본은 그나마 (기축통화인)엔화를 가지고 있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를 내렸는데 우리가 미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라는 것인가"라고 말해 사실상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달 9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정부와 경기판단이 엇갈린다는 질문에 그는 “제 눈에 안경”이라고 답했다.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한은은 0.8%였고 기획재정부는 0.5%로 0.3%포인트의 차이가 있었다. 김 총재는 이에 “큰 차이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똑같이 가는 것이지 엇박자로 보면 안된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김 총재가 참석한 아세안+3 회의에서 나온 공동성명에는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그는 “국제회의에서 특정 나라 가지고 얘기하지는 않는다”면서 “양적완화(QE)라고 하면 미국과 유럽, 영국, 일본만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엔저(엔화 약세)를 직접적으로 얘기할 순 없으니 통화완화(monetary easing)로 일반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저에 대해 그는 “엔저로 일본 경기가 살아난다면 자동차나 철강 등의 산업은 경쟁이 심화하겠지만 석유화학과 같은 산업은 일본이 좋아지면 덩달아 좋아질 것”이라며 “절대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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