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신화사> |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헤지펀드 등 투기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이 금 랠리에 베팅하면서 금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책에 비중을 두면서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금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블룸버그는 6일(현지시간) 미국 선물거래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30일부터 옵션·선물 상품의 순매수 포지션이 19% 증가한 5만4762개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거래된 18개 원자재 상품 옵션·선물의 순매수 포지션은 28% 증가한 55만182개를 기록했다. 지난 7주 동안 최대 상승폭이다.
순매수 포지션은 가격이 상승한다는 데 투자하는 매수 포지션 수에서 떨어질 것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 수를 뺀 것이다. 순매수 포지션의 증가는 가격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 수가 늘어났거나 가격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감소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책을 유지하면서 투자자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주간 금값이 4.9% 반등하면서 금 시장에 탄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0.7% 상승해 온스당 1464.20달러에 거래됐다. 금값은 지난달 16일 2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후 11% 반등했다. 24개 상품에 대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GSCI 스폿 지수도 1.4%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일 양적완화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매달 850억 달러 상당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3일 기준금리를 인하해 0.5%로 낮췄다. 하루짜리 대출에 적용되는 한계대출 금리도 1.0%로 낮췄다. 일본은행(BOJ)은 장기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해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책으로 통화가치가 절하되는 것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금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어느 때보다 돈을 많이 찍어내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비한 보험용으로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낮은 이자율에 돈을 빌린 투자자들이 금을 투기용 상품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연준이 지난 2008년 말 이후 양적완화를 펼치면서 금값은 66%나 상승했다.
억만장자 존 펄슨 등 투자자들은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인플레 헤지수단으로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금은 불확실한 경제에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중앙은행들은 금값 하락에도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들은 금 534.6미터톤(1000kg)을 사들였다. 지난 1964년 이후 최대량이다. 세계금협회의 제이슨 토산이트 전무이사는 올해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상당수가 금값 전망에 보수적이다. 중앙은행의 추가 부양책에도 인플레이션 가속이 실패하면서 금에 대한 실망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지난해 주주들에게 금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버핏은 "금값이 온스당 800달러까지 하락한다 해도 절대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38명 애널리스트들도 12년간 이어온 금 랠리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3일 금값이 온스당 1390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봤으며, 도이체방크도 1050달러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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