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건설 '지옥의 해'…8조원 회사채 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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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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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금융권 지원 없을 시 최악의 상황"

아주경제 채명석·박재홍 기자= 해운과 조선, 건설 등 회사 시장의 위험업종이 회사채 만기일이 대거 몰리는 올해, 즉 2013년에 살아남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업황이 개선될 시기가 내년 이후로 늦춰지면서 매출도 수익도 줄어든 이들 3대 위험 업종에 대해 연말까지 돌아올 회사채 발행액은 8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문제는 새로운 회사채 발행을 통해 기존 빚을 갚는 방식으로 만기일을 연장하는 시도가 어려운 데다가 증자 및 자산 매각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금 확보가 쉽지 않아 고민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잠재적 위험이 가장 큰 해운업계는 이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주식담보 교환사채(EB) 등의 발행에 나서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1위인 한진해운은 지난 2일 3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키로 했다. 오는 24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500억원 상환을 비롯한 운영자금으로 쓰기 위함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적자폭이 전 분기에 비해 줄어들었고, 오는 24일 만기 회사채를 상환하면 올해 큰 부담은 거의 해결된다"며 "연초에도 밝혔든 올해 안에 흑자전환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앞서 지난 3월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한 척을 그리스 선사에 매각한 바 있다.

현대상선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검토 중에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 상환을 마친 2400억원을 제외해도 이달 2000억원, 오는 10월 2800억원 등 연내 48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 한도를 기존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한진중공업의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기간 노사갈등으로 상선 수주가 중단돼 일감이 부족한 데다가 업황까지 무너졌고, 건설사업 또한 부진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초 자본확충 및 채무 상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8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으나 연말까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만 5500억원에 달한다.

STX그룹의 사정과 직접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금융권 및 자본시장에서는 언제 어떻게 불어닥칠지 모른다는 경계심으로 한진중공업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과 STX그룹이 채권단의 지원을 받고 있거나 받을 것으로 보여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지금 살아있다고 해도 조선사들이 손에 쥔 돈이 거의 없는 데다가 금융권으로부터 구할 길도 막막하기 때문에 정부와 금융권이 대승적인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이 또다시 전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롯데건설과 두산건설 등은 물론 한화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등의 만기 도래액이 4000억~6000억원 선에 이르고 있다. 모그룹이 뒤에 있어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해 보인다지만 무작정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두산중공업은 1조원 규모의 증자 및 사업 양도 등을 통해 두산건설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뒤 주식시장에서 한동안 큰 폭의 주가 급락사태를 맞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반등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분양가 할인 등을 통해 당장 한 푼이라도 자금을 회수하거나 BW 및 EB 발행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알아보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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