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추경이 통과된 만큼 앞으로 정책 수립과 집행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뤄온 일자리·복지 등 각종 국정과제도 이달 중 모두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도 얻었다.
그러나 최근 양상은 하반기에도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경기개선 추세가 더뎌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최근 북한 리스크, 일본의 엔저정책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6일 보고서를 통해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근로시간 축소로 한국은 앞으로 성장에서 노동 기여도가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악재가 2010~2020년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2021~2030년에는 1%포인트씩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노동악재가 장기불황을 맞기 직전의 일본(1990년)보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를 3개월 만에 0.4%포인트 내린 2.8%로 하향 조정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유럽 재정위기에 다른 나라보다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췄다. 지난해 10월 3.4%에서 0.6%포인트나 떨어뜨린 것으로,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의 국내총생산(GDP) 상위 11개국 중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ADB는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우리나라의 지난해 저조한 수출실적과 기업들의 투자 침체를 꼽았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선진경제권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경제가 점차 회복되기 시작하겠지만 완전한 회복은 2014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인한 불안요인이 확대되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북한 리스크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위험요인으로 잠재돼 있다.
또 엔저 현상에 따른 수출 둔화 등의 악영향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엔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어느 정도의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17조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이로 인해 하반기 성장률이 3%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고 4·1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경기에 이바지하면 하반기에 작년 동기 대비 3%대 성장률은 회복할 수 있고, 연간으로는 2% 후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편성한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 가운데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세입 부족분에 쓰이는 12조원을 제외하고 실제 경기부양에 새로 지출하는 돈(세출 추경)은 5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추경 등으로 올해 성장률을 최대 0.5%포인트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계산이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추경을 하반기 경제성장 아이템으로 쓸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보따리를 풀어 투자심리를 높여야 한다"며 "시장 반응이나 경제상황을 분석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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