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 시청자는 ‘제5의 경기위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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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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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보 근거로 선수들 실격·벌타 사례 잇따라…우즈·미셸위·해링턴 등 곤욕…전문가들 찬반 엇갈려

애덤 스콧이 2012년 USPGA챔피언십 2라운드 때 경기위원과 갤러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롭하고 있다. [미국PGA투어]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골프는 여타 스포츠와 달리 심판이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경기위원이 달려오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상황을 플레이어 스스로 판정한다.

플레이어 본인이 해결하지 못하면 마커(동반자 중 한 명)가 나서고, 그래도 안되면 경기위원을 부른다. 또 대회를 관전하는 갤러리나 매스컴 종사자들이 상황을 제보해 판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최근엔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골프에서 시청자를 ‘제5의 경기위원’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들의 제보는 경기위원회의 판정을 좌우하기도 한다.

한 달전 열린 마스터스가 대표적인 예다. 타이거 우즈가 2라운드 때 한 홀에서 드롭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시청자가 주최측에 제보했다. 주최측은 정밀조사 끝에 우즈가 오소 플레이를 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2벌타를 부과했다.

지난주 미국PGA투어 웰스파고챔피언십 때에도 시청자의 제보 때문에 세르히로 가르시아가 곤욕을 치렀다. 가르시아가 그린에서 마크를 한 뒤 원래 자리보다 홀에 가까운 쪽에 리플레이스를 했다는 게 요지였다. 경기위원들이 당시 장면을 비디오로 분석한 뒤 규칙 위반을 안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마 수염’으로 유명한 크레이그 스태들러는 1987년 미PGA투어 앤디 윌리엄스오픈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었다. 3라운드 14번홀에서 티샷을 나무 밑으로 보낸 스태들러는 무릎을 꿇고 샷을 날리는 묘기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 때 바지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 무릎 밑에 수건을 깔고 쳤다. 이 장면을 TV로 보던 시청자가 “땅에 수건을 깐 것은 스탠스를 개선한 행위”라고 경기위원회에 전화를 했다. 경기위원들은 회의 끝에 2벌타를 매겼고 이를 반영하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스태들러는 다음날 실격했다.

재미교포 미셸 위는 매스컴 종사자의 제보로 프로 데뷔전에서 눈물의 실격을 당했다. 2005년 미국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3라운드 때 그는 한 홀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고 플레이를 속개했다. 그러나 당시 장면을 유심히 살피던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의 기자가 경기가 끝난 후 “미셸 위가 언플레이어블 볼 후 드롭을 잘못했다”고 제보했다. 경기위원회는 미셸 위를 불러 현장 답사를 한 끝에 규칙위반 사실을 알리고 실격처리했다.

그밖에도 1991년 미PGA투어 도랄라이더오픈 때 폴 에이징거, 2011년 유러피언투어 HSBC챔피언십 때 파드리그 해링턴, 올해초 미LPGA투어 파운더스컵 때 스테이시 루이스 등도 시청자의 제보로 실격당하거나 벌타를 받았다.

최근 우즈와 가르시아의 사례가 계기가 됐던지, 2013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들에게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선수들의 의견은 갈렸다.

버바 왓슨은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규칙 위반을 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시청자들이 이런 식으로 제보를 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 반면 브랜트 스네데커는 “골프는 시청자들도 경기에 관여할 권리가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며 “시청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즈는 “골프에서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일어났다”며 “시청자 제보도 골프 게임의 일부”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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