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인한 소비심리 침체로 국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엔저·북한 문제로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도 중국인들의 매출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큰손인 중국인 고객을 모시기 위해 국내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골든위크(4월27일~5월6일)와 중국 노동절(4월29일~5월1일) 기간 중 주요 백화점의 중국인 매출이 전년보다 10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백화점 외국인 비중 "중국인 ↑… 일본인 ↓"
롯데백화점이 골든위크와 노동절을 맞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프로모션을 진행한 결과, 전점 기준 중국의 은련카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JCB카드 매출은 23.8% 줄었다.
현대백화점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 백화점의 중국인 매출은 은련카드 기준 139.1% 증가했다. 압구정본점은 해당 기간에 200% 넘게 상승했다. 이에 반해 JCB카드 매출은 전점 기준 이 기간 중 10.3% 감소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이 기간에 중국인 매출이 전체 외국인 가운데 55%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 등 3개 점포의 중국인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138%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나 성장했다.
박중구 롯데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이번 외국인 쇼핑특수 기간에는 중국인과 일본인의 매출신장세가 뚜렷하게 갈라졌으며 국적별 쇼핑 특성도 더욱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 중국인 VIP 모시기 경쟁
중국인들의 파워가 계속 커지자 유통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VIP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은 중국인 VIP 고객을 위해 국내 우수고객과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중국인 우수고객에게 VIP 카드를 증정하고, 연간 구매금액의 최대 3%를 적립해 연말에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이와 함께 지난 4월부터 내국인 VIP 고객에게만 개방했던 압구정본점 VIP룸을 별로도 만들어 중국인 고객들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중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중국 현지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는 중국인 전용 VIP제도를 신설하고, 중국 현지 고객관리 전문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집객과 매출이 아닌 장기적이고 일관된 중국인 고객관계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백화점 관계자는 "불황에도 원정 쇼핑을 하는 중국인 고객들이 꾸준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이들을 잡기 위해 중국인 VIP제도를 도입했다"며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지속적인 고객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특수가 사라진 요즘 면세점들에도 중국인 관광객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일본인 고객이 줄었지만 중국인 고객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욱 빠르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국어 인터넷 면세점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쇼핑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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