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 계열사 임원의 승무원 폭행과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막말 논란으로 갑의 횡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슈퍼 을(乙)인 보험사가 갑(甲)인 은행 앞에서 기를 펴고, 방카슈랑스 영업관행도 재정립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국은 방카슈랑스 영업 시 은행의 상품 판매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보험사와 은행이 제휴를 맺고,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채널이다.
금감원이 방카슈랑스 영업 관행 개선에 나선 것은 은행이 보험 독립법인대리점(GA)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은 보험사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과 GA는 사실상 하는 일이 같지만, 은행은 보험사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며 “상품을 판매하기만 할 뿐, 판매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영업채널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방카슈랑스 비중을 높이고 있는 상당수 보험사들은 은행의 횡포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특히 은행이 어느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매출 실적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험사 방카슈랑스 영업사원들 사이에선 은행을 상대로 한 접대문화가 일상화됐다.
일부 보험사는 방카슈랑스 실적을 높이기 위해 회사 법인카드 발급 업무를 특정 은행에 몰아주기도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 지점장이나 부지점장, 방카슈랑스 담당 직원에게 점심이나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물론, 상품 판매를 조건으로 카드를 발급받거나 통장 개설을 요구받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은행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실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의 이 같은 불만을 비롯한 방카슈랑스 채널 전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독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GA는 보험감독국이 관할하고 있지만, 방카슈랑스 제휴 업무는 금융서비스개선국이 관리하고 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을’로 전락한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는 보험사간 경쟁이 초래한 면도 있다”면서도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GA와 방카슈랑스 감독체계가 계속해서 분리돼 있을 경우 문제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